'못난이'들 더 많아져 세상 밝아졌으면
윤용로 외환은행장 yryun@keb.co.kr
요즘 집사람이 ‘못난이 주의보’라는 일일연속극에 푹 빠져 있다. 어쩌다 방송을 놓치면 돈을 내고서라도 드라마 다시보기를 통해 시청하는 것을 보면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 옆에서 따라 보다가 이제는 필자도 같이 보게 되었다.
극 중 남자 주인공은 부모를 잃고 이복동생 둘과 막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러다 남동생을 위해 누명까지 쓰고 전과자가 됐고, 자신으로 인해 동생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떳떳이 나서지도 못한다. 동생들조차 자신을 꺼릴 때면 멀리서 모르게 동생들을 돕는다. 동생들이 자신을 인정할 때까지는 무리하게 다가가지도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는 그 사람이 나중에 실망할 것을 염려해 스스로 멀리하려 하고, 동생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사랑조차 포기하려 한다. 그는 늘 남에게 져준다. 갈등이 생겨날 것 같으면 스스로 물러난다. 그래서 ‘못난이’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항상 져주는 것만은 아니다. 여동생의 결혼이 시어머니의 반대로 어려워질 때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동생을 다독이는 집념도 보여준다.
이 ‘못난이’의 매력은 이처럼 한없이 자신을 낮추다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렵더라도 뚝심을 가지고 헤쳐나가는 점인 것 같다. 출생의 비밀 등 갈등관계가 복잡하게 뒤섞인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맑은 공기와 같은 신선함이 느껴져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진다.
채근담에 ‘자신에게는 가을의 서리처럼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라(持己秋霜 待人春風)’는 말이 있다. 이 ‘못난이’는 자신에게는 아주 엄격하고 상대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여 채근담의 금언을 진실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못난이’들이 전국적으로 출현해서 방방곡곡에 ‘못난이 주의보’가 발령된다면 우리 주변의 많은 갈등들이 사라지고, 보다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치 시를 읊조리는 듯한 대사가 많아 귀도 즐겁게 하는 젊은 작가 정지우 씨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궁금하다. 얼마 전 방영된, 남녀 주인공이 빗줄기 속에서 비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얘기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장면의 대사가 좋아 인용해본다.
‘사장님(여주인공)은 그날 울었다고는 하지만… 비가 싫어질 만큼, 이 사람은 비가 오는 날 그날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아닐까, 내가 그런 것처럼.
어쩌면 이 사람도 자신을 가여워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아닐까, 나처럼.’
윤용로 < 외환은행장 yryun@keb.co.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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