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계파정치 유산 빠르게 정리중"

입력 2013-08-11 17:24   수정 2013-08-12 03:55

서울광장 천막당사서 민주 대표 취임 100일

장외투쟁·촛불집회 참여…"성과 적지 않았다" 자평




“군사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아버지에 비하면 행복한 정치인이다.”

지난 1일부터 열흘이 넘도록 장외투쟁 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의 기일(1994년 8월11일)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이날 아침 일찍 경기도 파주에 있는 아버지의 묘역을 찾았다. 거기서 마음 속으로 “제대로 할테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취임 100일과 아버지 기일을 함께 맞은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는 ‘주어진 현실의 여건 위에서 실현할 수 있는 한계까지 달성한다면 우리들은 각자 자기 생애의 역사적 진실을 살았다고 할 것이다’란 아버지 일기의 한 구절을 소개한 뒤 “아버지는 군사 독재정권 치하에서 총칼에 맞서 싸웠던 분인데 아버지에 비하면 김한길은 참으로 행복한 정치인”이라며 “이 정도의 상황조차 이겨내지 못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내 강경파에 밀려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여당에서는 강경파에 휘둘려 광장에 나왔다고 하는데 그럼 그 전까지는 온건파에 휘둘리고 있었던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장외로 나온 데 대해) 일각에서는 강하게 주장했지만 다른 일부는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며 “그러나 일단 결정이 내려진 뒤부터는 한여름인데도 거의 모든 의원들이 다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전당대회 때 자신의 공약이었던 계파 정치에 대해서도 “새 지도부를 뽑을 때 당원과 국민의 가장 앞선 요구가 계파 정치를 극복하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아무런 계파가 없는 내가 압도적 표차로 뽑혔다”며 “물론 앞으로 갈 길은 멀지만 계파 정치의 유산이 빠르게 정리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장외투쟁과 촛불집회 참여에 대해서도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광장에 나와 천막을 치기 전까지는 많은 국민들이 알지 못했다”며 “언론 보도를 봐도 (장외투쟁 전후로) 얼마나 많이 달라졌느냐”고 했다. 그는 “(지난 10일 대국민보고대회에도) 버스 대절 등과 같은 조직적인 동원이 없었지만 제 예상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인원이 참석했다”면서도 “이번 집회도 결국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자료에서 김 대표가 100일간 총 1만3338㎞를 이동하며 220차례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공식발언에 주로 등장한 키워드는 ‘국민’이 329회로 가장 많았고 ‘국가정보원’(293회), ‘대통령 선거’(233회), ‘민주주의’(222회), ‘박근혜 대통령’(209회) 등이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나 지난 100일의 정국을 대변해줬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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