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돈 굴릴 곳 없다…이제 '환 테크' 잘해야 돈 번다

입력 2013-08-11 17:54   수정 2013-08-12 00:35

수익률 평준화 속 환테크 부각
외환 전문가와 네트워크 구축



일반인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그리고 각종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들 수 있다. 특정국의 경제발전 단계와 재테크 수단을 연관시켜 보면 경제발전 초기에는 부동산이 크게 부각되다가 채권, 주식, 금융상품 순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발전 단계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고 시스템이 갖춰지다 보면 자국 내 재테크 수단 간의 수익률이 하향 평준화된다. 이럴 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 ‘환테크’이다. 환율은 세계 모든 국가 통화와의 상대가치로 다른 나라와 연관돼 있어 한 나라의 경제시스템이 안정돼 있더라도 늘 변하기 때문이다.

‘환테크는 고급 혹은 선진 재테크’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보다 앞서 가는 나라에서 높은 수익률과 인기를 함께 얻는 재테크 수단으로 환테크를 이용한 상품이 꼽힌다는 점이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환테크를 잘하느냐에 따라 재테크의 명암이 갈린다.

우리도 환테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K-50M 클럽’(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가입한 국가다. 제도적으로도 외환자유화 계획이 완료됨에 따라 개인이 해외부동산과 다른 나라 채권 및 주식에 투자할 때 모든 규제가 철폐돼 원칙적으로 자유롭다.

이론적으로 환율이란 ‘그 나라의 경제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고 부른다. 그런 만큼 실로 많은 변수가 환율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한 변수가 발생하면 원화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다고 보면 된다. 환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환율 결정 요인을 잘 따져서 환율 예측 능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크게 네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달러 위상이 계속 높아질 것인가 여부와 이보다 못하지만 엔화, 위안화 가치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는 국내 경제 회복 여부와 국내 유입될 외국자금의 향방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변수는 달러 강세 재현 여부다. 올 들어 주요 통화에 대해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달러 가치가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출구전략 추진 언급으로 미국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강세로 전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달러 가치는 미국 경제 전망과 이에 따른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환율전쟁 해결과 금융위기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제기된 ‘듀얼 Ⅲ’ 구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도 주요 변수다. ‘듀얼 Ⅲ’ 구상이란 금융위기 이후 재발한 환율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WB) 총재가 새롭게 제시했던 ‘브레턴우즈 Ⅲ’ 구상 중의 하나다.

기본 배경은 중국 등 신흥국의 위상이 높아진 데 반해 국제통화질서는 달러 중심체제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이들 두 질서 간의 불일치 현상으로 환율전쟁과 같은 각종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중심통화 역할을 해오던 달러가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브레턴우즈 Ⅲ’ 구상은 달러화와 함께 유로화, 위안화를 중심통화로 인정하는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추진하고, 이들 통화 가치를 금과 연계시켜 유지하겠다는 것이 2010년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졸릭과 작년 미국 선거 과정에서 롬니 공화당 후보가 주장했던 금본위제 구상이다.

‘듀얼 Ⅲ’ 구상은 금값 추락을 계기로 급속히 퇴조하고, 중심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브레턴우즈 Ⅰ기’, ‘브레턴우즈 Ⅱ기’ 때보다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예측한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의 추세선에서 하향 이동한 수준에서 정상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완만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한다.

대내적으로 우리 경제 회복과 외국인 자금이탈 여부 등의 변수가 있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대외변수를 감안하면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적정 수준 이상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환율구조모형 등으로 추정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달러당 1070~1090원 정도로 추정된다.

요즘처럼 국내 기초여건에 큰 변화가 없을 때 외국인이 한국 투자시 적정환율은 아주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이 적정환율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환차익 소지가 줄었다고 판단한다. 지난 1월 중순에는 원달러 환율이 1050원 내외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1100원 이상에서 움직여 환차익이 여전히 기대되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은 커진다.

그런 만큼 환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다양한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는 일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개인들의 주치의 제도와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환율 전문가와 환율예측 전문기관과의 상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은 환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필수과제다. 이 방안은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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