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재검토] 稅부담 느는 직장인 434만→247만명…세수는 2000억 '펑크'

입력 2013-08-12 17:10   수정 2013-08-12 23:10

증세 기준 연봉 5000만원 되면

근로소득공제율 올릴 가능성 높아…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율 상향도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중산층 ‘세금 폭탄’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내년 세법 개정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여당의 세법 개정안 수정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새누리당은 이날 열린 당·정 협의에서 연봉 3450만~5000만원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 보완 작업도 이 같은 기준을 중심으로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근로소득공제율 상향 유력

현재 여당 내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3450만~5000만원’ 연봉대 직장인의 근로소득공제율을 높이는 것이다. 근로소득공제는 근로자 연봉 가운데 ‘비용’으로 간주해 과세 대상 소득에서 빼주는 금액으로 근로소득공제율이 높을수록 근로자의 세 부담이 줄어든다.

예컨대 정부는 당초 내년 세법 개정안에서 근로소득공제율을 △500만원 이하 70% △500만~1500만원 50% △1500만~4500만원 15% △4500만~1억원 5% △1억원 초과 2%로 적용하기로 했는데 1500만~4500만원 구간의 근로소득공제율을 20%로 높인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연봉 4500만원 근로자의 내년 근로소득공제액은 당초 1200만원에서 1350만원으로 늘어나 근로자 입장에선 22만5000원(150만원×소득세율 15%)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의료비와 교육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당초 정부안인 15%보다 높이거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5%에서 10%로 축소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원위치하는 방안도 여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정부·여당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산층뿐 아니라 고소득층의 세 부담도 줄어들게 돼 결국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세수 확보 자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연간 2000억원 세수부족

연봉 3450만~5000만원 직장인의 세금 부담을 깎아줬을 때 내년에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직장인은 434만명에서 247만명으로 187만명 줄어든다. 문제는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지다.

정부의 당초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연봉 3450만~5000만원대 직장인의 세 부담 증가분은 2000억원 정도다. 새누리당 요구대로 이 연봉대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세법 개정안이 수정되면 정부 입장에선 당초 계획보다 소득세 징수액이 연간 2000억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염두에 두고 세법 개정안을 짰기 때문에 이 같은 ‘세수 펑크’가 계속되면 대선 공약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구멍난 세수를 메울 방법도 마땅치 않다. 우선 부족한 세수를 고소득층에 전가하기는 쉽지 않다. 고소득층의 경우 이미 정부의 당초 세법 개정안만으로도 내년부터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령 연봉 5000만~7000만원대 직장인은 내년부터 소득세 부담이 평균 16만원 늘어나고 연봉 1억원 직장인은 평균 113만원, 연봉 3억원 초과는 865만원 늘어난다.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자녀장려세제(CTC)나 근로장려세제(EITC) 등 세제 지원을 축소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방법은 더욱 어렵다. 야당에서 요구하는 대기업 증세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대기업도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이 줄면서 내년부터 연간 1조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점에서다.

여당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눈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당·정 협의에서 “나머지 부족한 세수 확보는 경기 활성화로 메워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주용석/이태훈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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