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성장한 盧정부 때 잉여금만 15조
내수 주도형 성장으로 세수 여력 키워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워싱턴 정가에서 ‘시골뜨기’ 취급을 받던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를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성공으로 이끈 슬로건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국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도 새삼스럽긴 하지만, 성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할 시점이라는 당부가 확산되고 있다.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를 고민하기 보단 투자와 성장 촉진으로 세수를 증대시키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한다는 얘기다. 성장률을 1%만 끌어 올리면 정부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불거진 중산층 증세(연간 1조3000억원)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
○2007년 세계 잉여금 최대
올 상반기 국세 수입(관세 수입 제외)이 전년동기대비 9조4061억원이나 줄어든 건 경기 침체 탓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법인세와 부가세 세수실적이 직격탄을 받았다”며 “세무조사를 해서 메꿀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성장률과 국세 수입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장의 과실로 기업 이익과 가계 소득이 늘면 세금이 더 걷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국세 수입을 보면 이런 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0.3% 성장에 그친 2008년 국세수입은 15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2000억원가량 감소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도 오르는걸 감안하면 통상 세수는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0년은 GDP가 6.3%, 2011년은 3.7% 증가한 덕분에 세수는 166조원, 180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세입액에서 세출액을 뺀 세계잉여금을 보면 성장과 세수간 관계가 더욱 뚜렷히 드러난다. 1990년이후 세계잉여금은 2007년이 15조242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 등 신흥국의 고속 성장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가 2005~2006년 2년 연속 5%대 고성장을 한 시기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세금이 연초 목표보다 더 들어온 건 대부분 높은 성장률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수출 위주 성장은 문제
하지만 세수 증가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1990년이후 세수 증가율과 GDP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990년이후 10년간 평균 국세 증가율은 12.2%에 달했지만 2000년이후 10년은 절반인 6.6%로 떨어졌다. 성장률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우리 경제 구조가 수출 위주로 바뀐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2%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내수가 1%포인트, 순수출이 1%포인트 각각 기여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순수출 성장기여율이 50%에 이르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내수가 안 좋으면 부가가치세가 덜 걷히면서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든다”고 말했다. 가계나 기업이 국내에서 돈을 써야 내수가 살아나고 부가세도 더 거둘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국세수입(관세제외) 192조원 중 부가가치세는 55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29.0%를 차지했다. 이어 법인세 45조9000억원(23.9%) 소득세 45조8000억원(23.9%) 등 순이었다.
○내수 경기 부양이 선행
전문가들은 성장률 둔화와 경제 구조 변화로 세입 기반은 점점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내수가 주도하는 성장으로 바뀌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세입기반이 약한 상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135조원 복지재원 마련이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는 얘기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는 경기침체를 더욱 악화시켜 세수를 더욱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복지확대로 인한 저성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재원 논란을 일축시키기 위해서는 성장에 역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성장이 잠식당하지 않는 수준안에서 복지를 해야한다”며 “당장 대규모 복지 확대가 힘들면 성장부터 해야한다”고 말했다. 성장 없이는 복지재원을 마련할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렬 수석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며 “국내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 내구 경제 전반에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환/고은이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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