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요. 요즘 날씨에 10분만 서 있어도 땀에 씻겨 소용없어요. 클락션만 안 울려도 살 것 같은데….”
8일째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진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 12차선 도로 위에서 5시간 넘게 ‘꼬리물기’ 차량을 단속하고 있는 조성주 종로경찰서 순경(35)은 “연일 쏟아지는 폭염에 서 있다보면 퇴근 무렵엔 온몸의 기운이 빠져 나간 느낌이 든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6개월 전 교통과로 배치받아 하루 11시간30분을 뙤약볕에서 근무해온 그의 얼굴은 이미 선글라스로 가려진 부분을 제외하곤 구릿빛으로 변했다. 180㎝가 넘는 큰 키에 평소 헬스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의 그로서도 난생 처음 접하는 폭염에 녹초가 됐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교통경찰관, 공원관리 공무원 등 하루종일 건물 밖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고충이 커지면서 ‘3D 공무원’이란 자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 공원관리과 공무원들은 햇빛가릴 곳 없는 대낮 공원에서 열대야를 피해 공원을 찾는 시민들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세종로와 광화문, 종각역 부근 등 서울 도심 속 12곳을 담당하는 종로경찰서 교통경찰의 하루는 새벽 6시30분 출근으로 시작된다. 근무시간은 오전 6시30분에 시작해 오후 8시에 끝나는 팀과 오전 7시30분에 시작해 오후 9시에 끝나는 팀으로 나뉜다. 도로 근무시간은 원칙적으로 평균 6시간가량. 하지만 교통정체가 심할 때는 하루 10시간 가까이 업무를 하는 날도 허다하다. 비번인 인원을 제외하면 매일마다 근무하는 인원은 15명 내외다. 근무지당 한 명꼴로 배치되다 보니 교통정체가 심한 날에는 하루종일 혼자 서있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등이 관내에 있다보니 통행량이 많고 집회, 시위가 매일같이 열린다. 윤철화 종로서 도보1팀장은 “주말에는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는 관광버스가 700여대가 넘어 도심 전체가 꽉 막힌다”며 “하루종일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매연을 마시며 교통정리를 하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도 힘들지만 쏟아지는 비도 이들에겐 달갑지 않다. 한 교통경찰관은 “우비를 입으면 통풍이 안돼 땀에 속옷까지 흠뻑 젖는다”며 “태풍이 불어도 교통정체가 우려되면 밖에 나가야 하는 교통경찰 업무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의 휴식공간은 동십자각 맞은 편과 정부서울청사 후문근처에 있는 교통정보센터 두 곳이 전부다. 10㎡(약 3평)가량의 공간에 의자 3~4개가 놓여있다. 정수기 한대와 소형 에어컨도 있지만 쉬는 동안에도 경찰관들의 시선은 바깥의 차량 흐름에 고정돼 있다.
서울공원을 관리하는 공원녹지사업소 공무원도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잔디밭 조경, 공원 시설물 유지관리, 공원 청소 등 대부분 업무가 야외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대개 해가 저문 저녁 때 공원을 방문하기 때문에 이런 업무는 오전이나 한낮에 진행된다. 이 때문에 공원녹지사업소는 올여름 들어 업무 시작 시간을 종전 오전 9시에서 8시로 한 시간 앞당겼다. 조금이라도 덜 더운 시간에 일을 마치기 위해서다. 또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는 등 비상대책도 수립했다. 오순환 동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시민들이 공원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한낮 폭염에도 고생하고 있다”며 “여름철만 되면 고생하는 직원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홍선표/강경민 기자 rickey@hankyung.com
▶ 9일 날씨 : 불타는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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