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무직 잔업수당 폐지 추진…한국은 근로시간 규제 강화

입력 2013-08-14 17:13   수정 2013-08-15 01:16

법정 근로시간 적용 유연화
日기업 "경쟁력 높아져" 환영



일본 정부가 일정 연봉 이상의 사무직 근로자에 한해 법정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무직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의 불필요한 수당 지급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반면 한국은 근로시간 단축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후생노동성이 연봉 800만엔을 웃도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에 대해 법정 근로시간 적용을 배제하는 이른바 ‘프로페셔널 성과제’ 시행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올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현재 일본의 법정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1주일 4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를 초과해 근무할 경우에는 잔업수당을 줘야 하고, 휴일이나 심야에 일하면 일정 비율의 할증 임금이 추가된다. 일본 정부의 구상은 이런 법정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과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는 사무직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탄력적인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1차적인 대상은 과장 및 부장급 직원으로 정하고 연구직과 엔지니어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새 제도에서 해당 직급의 직원은 법정 근로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근무시간을 스스로 정해 일하게 된다. 바쁠 때는 밤새워 일하고, 한가할 때는 휴가를 몰아가는 구조다. 재택근무가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임금제도도 수정된다. 그동안 회사가 지급하던 각종 잔업수당이 없어지는 대신 매년 연봉 계약을 통해 성과에 따른 임금이 일괄 지급된다. 기업들은 환영하고 있다. 필요한 시기에 인력을 집중 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노동계는 강력히 반대하는 분위기다.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제도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한국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다음달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서 주중 최대 근로시간(주말 포함)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연장근로는 경기 변동에 따라 생산성을 조절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강제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의 경우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연장근로 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한국은 별도의 협의가 불가능하다.

초과근로 할증률도 다른 나라보다 높다. 현재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초과근로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독일·프랑스(25%)보다 2배나 많다. 때문에 일부 기업 노조는 추가 소득을 얻기 위해 통상근무 시간의 생산성을 낮게 유지하는 등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이 짧아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일정 기간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평균 근로시간을 기준 근로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다.

핀란드나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은 이를 최대 12개월까지 기간을 설정할 수 있지만 한국은 3개월에 불과하다. 이형준 본부장은 “일본은 근로 규정을 유연화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며 “한국도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노사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최진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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