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가 훼손했던 한양도성, 100년 만에 모습 드러냈다

입력 2013-08-14 17:21   수정 2013-08-15 00:37

100년만에…남산 회현자락서



일제강점기 조선신궁 건립으로 일부가 철거되고 땅속에 묻혔던 남산 회현자락의 한양도성이 1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복원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으로 성곽 추정선 12곳을 조사하던 중 지난 6월 가장 먼저 시굴한 중앙광장 분수대 근처 3곳에서 도성의 유구(遺構·옛 토목건축 구조를 알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로 확인된 부분은 지표면으로부터 3~4m 깊이에 벽돌 층계가 4~5단인 곳과 6~7단인 곳이 있다. 길이는 6m가량 발견된 곳도 있으며 보존 상태는 모두 양호했다. 남산 회현자락의 한양도성은 경성·용산시가도(1912년) 등 기록으로만 존재해 이번 발굴은 의미가 크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유구 옆에는 조선신궁 잔재로 유력시되는 특이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확인됐다. 조선신궁은 일종의 종교시설로 일제가 1918년 한양도성터에 건립하기 시작해 1925년 완공했다. 조선신궁에는 일본 건국 신화의 주역인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와 1912년에 죽은 메이지 일왕을 안치해 한국인에게 참배를 강요했다. 조선신궁은 1945년 9월 철거됐으며 이후 동·식물원과 분수대가 설치됐다.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서울시로서는 이곳을 일제침략으로 훼손된 과정이 그대로 간직된 역사적 장소로 보고 있다. 시는 출토된 유구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내년 2월까지 설계해 2015년까지 보존과 정비 및 공원 조성 사업을 마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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