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광 지음│한국학술정보│577쪽│3만1000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 500명의 판결에서 280 대 220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사형을 앞둔 그에게 친구들이 탈옥을 권했지만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더대왕이 죽자 적의에 가득 찬 반대파에 의해 재판에 회부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그는 “아테네 시민이 두 번이나 철학에 죄를 짓게 할 수는 없다”며 재빨리 도망쳤다. 그런 아리스토텔레스였지만 “올바르게 제정된 법은 최고 권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즘 너나없이 법치를 말한다. 올바른 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무수한 법조계 출신이 국회에 진출했지만 국회는 법률 대량생산공장으로 전락했다. 그에 비례해 헌법소원, 위헌심판 청구 등 법에 대한 불복종은 늘어만 간다. 철학이 없는 법 기술자만 양산한 결과가 아닐까.
법을 알고 싶어도 멀게만 느껴온 이들에게 《법학 이야기》는 ‘법에게 길을 묻다’라는 부제 그대로 길을 보여준다. 법학개론서이면서도 어렵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지식은 책 두께만큼이나 폭넓고 깊다. 법철학과 법 원리부터 헌법 민법 행정법 가족관계법 등 법률 해설, 논쟁이 된 판례, 법률 용어까지 총망라했다.
법학 교수이자 안전행정부 국민권익위 경찰청 등의 자문위원인 저자가 오랜 기간 꼼꼼히 정리한 노력이 엿보인다. 법 모르면 코 베어가는 법 폭주시대에 내비게이션이 될 만하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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