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민 덕에…용인·김포·파주 미분양 '숨통'

입력 2013-08-15 17:05   수정 2013-08-16 00:23

현장 리포트 - 수도권 미분양 지역 돌아보니

두 달새 전셋값 1천만~3천만원 ↑
파격할인에 일부는 매입 저울질




“전세 매물이 거의 없으니 조금 보태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하루에 2건 정도 매매문의가 들어오고 간혹 계약도 이뤄집니다.”(김효진 용인시 신봉동 한화LG부동산 사장)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용인·김포·파주 등 수도권 미분양 적체 지역에도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할인 분양가와 전세보증금의 차이가 크지 않은 일부 중소형 단지에서는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옮겨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씨 마른 전세…일부 매매 수요로 전환

용인시 신봉동 한일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은 2억5000만원으로 최근 두 달 사이 2000만~3000만원 상승했다. 이 아파트 매매가는 3억원 선이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3.3%에 이른다.

인근의 한빛공인중개 관계자는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크게 줄어 일부 수요자들이 매매로 눈을 돌릴 정도”라며 “전셋집이 씨가 마르다 보니 미분양 자체가 많고 분양받았던 집주인도 전세입자를 찾지 못해 비어 있던 신봉동과 성복동 일부 단지의 중대형 평형도 서서히 전세로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강신도시에서 입주한 지 1년 안팎의 전용 84㎡ 아파트 매매가는 2억7000만~3억원, 입주 5년 안팎의 아파트 매매가는 2억4000만~2억7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대출 융자금이 별로 없는 아파트 전셋값은 1억8000만~2억원으로 최근 한 달 새 1000만원 이상 올라 매매문의가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

파주시 목동동의 김성이 월드랜드공인 사장은 “지난 4~5월만 해도 입주한 지 3년 미만의 운정신도시 전용 84㎡를 1억5000만원에 전세로 구할 수 있었으나 인근 일산신도시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매물도 달리자 전셋값이 1억7000만~1억8000만원 선까지 뛰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 사장은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5000만~6000만원 선에 불과해 신혼부부 등은 아예 주택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사 ‘전세분양 마케팅’도 효과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전환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노력도 일부 효과를 내고 있다. 당장 집을 사고 싶진 않은데 값싼 전세물건을 찾을 수 없는 일부 수요자들이 2년간 살아보고 나중에 구입을 결정하는 ‘애프터(프리)리빙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인천 영종도 하늘도시의 우미린이 대표적이다. 세입자가 전세금만 내고 일단 등기를 하면 건설사가 취득세와 은행 대출금 이자, 재산세 등을 대납해주고 관리비도 지원한다. 2년 후 세입자가 원하면 다시 집을 되사준다. 우미건설 측은 “하늘도시의 기반시설이 아직 부족해 연초에 할인 분양을 실시해도 문의가 거의 없었다”면서 “전세난이 심화된 이달부터 ‘프리리빙제’를 실시하자 하루 10여개 이상 꾸준히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영종하늘도시부동산 관계자는 “싼 전세를 찾아오는 사람이 차츰 늘어나고 있지만 분양받은 사람의 대출금이 적은 ‘깨끗한 전세’는 별로 없어 ‘프리리빙제’를 실시하는 건설사 소유의 미분양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전세난이 인근으로 파급되면서 잠잠하던 용인과 파주·김포 등 악성 미분양 지역의 전셋값도 최근 급등하고 미분양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중대형의 경우 20~30% 할인에도 불구하고 아직 잘 팔리지 않아 전세난이 누그러지면 이곳의 상황은 예전으로 돌아갈 가능성 높다”며 섣부른 중대형 매수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문혜정/이현진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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