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관객 700만명 돌파
프랑스에선 10월 말 개봉
“봉준호 감독 같은 지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 우리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서 정말 기쁩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인 프랑스 만화 《트랑스페르스네주》(Transperceneige)의 시나리오를 쓴 뱅자맹 르그랑은 15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작의 그림을 그린 장마르크 로셰트도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르그랑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들의 한국 방문은 두 번째다.
영화 ‘설국열차’는 개봉 15일 만에 관객 70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질주 중이다. 지난달 31일 출간한 만화 ‘설국열차’(세미콜론)는 10일 만에 1만5000부가 팔려 6쇄 제작에 들어갔다. 이런 인기에 대해 로셰트는 “정말 기적 같다. 앞으로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로셰트는 “우리가 봉준호 감독을 선택한 게 아니라 봉 감독이 우리를 선택했다”며 “봉 감독이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왔을 때 ‘괴물’ ‘살인의 추억’을 알고 있었던 터라 고심하지 않고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80년대에 프랑스 제작사로부터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을 세 번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절하길 잘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지금과 같은 실감 나는 화면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화 ‘설국열차’는 1권이 1984년, 2권은 1999년, 3권은 2000년에 출간됐다.
두 원작자는 이번 영화에서 카메오(특별출연자)로 등장한다. 화가로 출연해 직접 그림을 그린 로셰트는 “기차 안의 열악한 상황을 잘 표현하기 위해 촬영지 근처에서 더러운 종이를 주워다가 그림을 그렸다. 30여명의 스태프가 둘러싼 가운데 그림을 그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며 “영화를 잘 보면 화가가 손을 떠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뱅자맹은 기다란 수염을 붙인 보조출연자 역을 맡았다.
‘설국열차’를 비롯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의 주먹’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원소스멀티유즈로서 만화가 가진 힘은 무엇일까. 로셰트는 “자본의 제약을 받지 않고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창작물의 소스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이 재해석된다는 것은 원작자로서 큰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뱅자맹은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그는 “프랑스에서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젊은 감독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영화 ‘설국열차’는 10월 말 개봉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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