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명품시계 블랑팡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명품시계 브랜드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블랑팡이 탄생한 건 1735년.
한반도에선 조선 영조 11년이었던 해다. 당시 프랑스 루이 14세 치하에서 박해받던 프랑스의 프로테스탄트들은 스위스 서쪽 산자락의 빌레레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했다.
농부, 열쇠공, 염색공 등으로 일하던 이들은 길고 긴 겨울엔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소일거리로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예한 자크 블랑팡의 시계 제작 솜씨는 남달랐다. 그가 가족농장 1층 작업실에서 만들기 시작한 뒤 지금까지 명성과 전통을 잇고 있는 시계가 바로 블랑팡이다.
1735년 탄생 … 최고급 명품시계만 생산
2011년 한국에 진출한 블랑팡은 국내에선 아직 인지도가 낮지만 해외에선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블랑팡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레망 아쿠아 렁’이라는 블랑팡 시계를 세 번이나 샀다. 2009년 여름휴가 중 만난 목동 소년에게 손목에 차고 있던 레망 아쿠아 렁을 풀어줬다. 그러곤 같은 제품을 샀지만 한 달 뒤 현장 시찰에서 공장 노동자에게 똑같이 선물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같은 제품을 세 번째로 사서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1980년대 일본산 쿼츠(전자식) 시계의 돌풍으로 스위스의 매케니컬(기계식) 시계산업이 휘청였을 때 상당수 브랜드는 중저가 제품 생산을 늘렸다. 하지만 블랑팡은 반대로 최고급 시계에 승부를 거는 ‘명품다운’ 전략을 택했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더 섬세한 제품을 내놓은 것.
서울서 ‘더 스피릿 오브 블랑팡’ 전시회
블랑팡은 1992년 스와치그룹에 인수됐지만 시계를 만드는 방식과 철학은 278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한 명의 시계 장인이 한 시계를 만드는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는 점이 그렇다. 또 ‘쿼츠 시계는 절대 만들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전통을 유지한다’, ‘영혼이 있는 기계식 시계를 만든다’는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블랑팡은 한국의 명품시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선언했다.
지난 5일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더 스피릿 오브 블랑팡’ 전시회를 열어 주요 제품을 소개했다.
“영혼있는 기계식 시계 만든다” 자부심
블랑팡의 대표 컬렉션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빌레레’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일 정도로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이지만, 블랑팡의 첨단 기술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1953년 선보인 세계 최초의 다이버 시계 ‘피프티 패텀즈’ 컬렉션도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르 브라쉬스’ 컬렉션에서는 정교하고 복잡한 고급 기능을 선보인다. 이날 행사에선 르 브라쉬스 컬렉션 중 4억원짜리 ‘카루셀 미닛 리피터’가 국내에 처음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시간 오차를 최소화한 블랑팡만의 무브먼트(동력장치)인 카루셀을 장착했고, 소리를 내어 시간을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 기능까지 넣은 시계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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