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외부효과로 인한 비효율성, 직접 해결하는 방법은?

입력 2013-08-16 17:44   수정 2013-08-16 22:03

시네마노믹스 - 두걸음 더 !


“민중의 지팡이라는 사람들 말투가 왜 그래?” 현서의 삼촌인 남일(박해일 분)은 러닝타임 내내 경찰과 조사기관에 아니꼬운 태도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현서를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 그러나 해결은커녕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답답함을 관객을 대신해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서의 가족을 비롯한 시장주체가 외부효과로 인한 비효율성을 직접 해결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Ronald Coase)는 정부의 시장개입 없이 당사자 간 자발적 협상만으로도 외부성을 내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코스의 정리’다. 이 이론에 따르면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소유권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 정부의 시장개입 없이도 시장실패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서 적용이 힘들다. 코스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우선 이해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고 이 합의를 이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계약서를 만들고 이를 집행하기 위해 변호사 선임 등의 거래비용이 존재한다.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해 얻는 이득이 거래비용보다 적으면 이해당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이유가 없다. 영화만 보더라도 코스의 정리는 쉽게 무력화된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한 현서의 가족들이 미군 당국이나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해보인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진실’은 그들의 편이 아니다. 협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합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쌍방이 더 좋은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 고집을 부리다 협상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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