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9부(윤성근 부장판사)는 16일 ‘LSF-KDIC 투자회사’가 “미화 3369만달러와 한화 21억원을 지급하라”며 예금보험공사 자회사인 케이알앤씨(KRNC·옛 정리금융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LSF-KDIC 투자회사는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관리·처분하기 위해 론스타와 KRNC가 50%씩 출자해 만든 자산유동화 전문 법인이다.
론스타와 KRNC의 갈등은 이 투자회사가 부산화물터미널 부지를 취득했다가 매각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당초 계획했던 부지 용도 변경이 어려워지자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갈렸다. 론스타는 부지를 팔기를 원했고 KRNC는 “투자회사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론스타 계열사에게 이익을 주려고 한다”며 반발했다. 결국 론스타는 투자회사의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을 장악한 뒤 KRNC를 배제하고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 이후 KRNC에 관련 비용을 청구했다.
양측은 비용 정산 합의에 실패했고 사건을 ICC로 가져갔다. 론스타의 행위는 한국 법률인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위반이기 때문에 뉴욕협약에 따라 효력이 없다는 게 KRNC 주장의 요지였다. 뉴욕협약의 정식 명칭은 ‘해외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으로 ‘국제 판정이 관련 국가의 공공질서에 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ICC는 2011년 “해당 사건은 뉴욕협약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정을 했다. 사실상 론스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론스타는 이 판정을 받은 뒤 LSF-KDIC 투자회사를 통해 KRNC를 상대로 “중재판정을 집행하라”며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한국 법원은 그러나 론스타의 요구에 제동을 걸었다. 1심은 론스타측의 행위가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비록 국제중재재판소가 결정을 내렸더라도 그 집행 역시 거부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재판부도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피고측에서 사건을 대리한 임성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한국 법에 어긋나는데 한국에서 집행되면 법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뉴욕협약의 원칙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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