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자연속 자리잡은 풀빌라…눈아래 펼쳐진 바다와 '환상궁합'
카약타고 나만의 항해 '만끽'…윈드서핑·요트 등 즐길거리 풍성
마사지는 덤…심신 피로가 싹~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남서쪽으로 한 시간쯤 날았을까.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 있는 코사무이가 모습을 살포시 드러낸다. 하얀 백사장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해변과 짙푸른 숲이 조화를 이룬 코사무이의 향기가 느껴진다. 공항에 가까이 다가간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니 황금빛 대형 불상이 온화한 미소로 낯선 여행객을 반긴다. 아름다운 해변과 부처의 미소가 하나가 된 코사무이에서 여행은 시작부터 마음을 뒤흔들었다.
‘보석 같은 섬’ 코사무이는 울창한 열대우림과 푸른 바다, 불교문화 등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낯설고도 황홀한 곳이다. 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 푸껫이나 파타야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전해주는 고급스러운 휴양지로 손꼽힌다. 동서 21㎞, 남북 25㎞ 면적 247㎢인 코사무이는 태국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원래 코코넛 플랜테이션을 하던 곳이었다. 70여년 전에는 코코넛, 두리안, 망고스틴 등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농업과 인근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업이 주산업이었다. 그러나 30여년 전 유럽의 배낭여행객들이 아름다운 해변을 찾아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관광지로 변모했다. 리조트가 곳곳에 들어섰고 순환도로가 만들어지며 교통도 편리해졌다. 거리를 걷다보면 유럽이나 북미에서 가족 단위로 휴양을 온 관광객들이 흔하다. 신혼여행을 온 듯한 한국인 커플도 종종 보인다.
○열대우림에서 힐링
공항에서 차로 30분을 달려 섬 북서쪽에 있는 라엠야이 해변의 산 중턱에 있는 ‘포시즌스리조트 코사무이’에 도착해 정문으로 들어서니 시암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리조트 직원이 건네는 차가운 수건과 시원한 차가 무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준다.
태국의 현대적 건축양식으로 지은 빌라에 들어서니 열대우림 안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인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코코넛 플랜테이션을 하던 지역에 2007년 건설한 이 리조트에는 7~8m에 달하는 높은 코코넛나무를 비롯해 열대식물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마치 열대우림의 한가운데 들어온 느낌이다. 가파른 경사면에 세운 빌라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천장을 높게 만든 목조건물이다.
빌라에 딸린 풀에 몸을 담그고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니 온 세상이 내 것인 듯한 착각에 빠진다. 수많은 섬이 점점이 흩뿌려진 바다 위로 구름이 흘러간다. 짙은 초록빛 열대우림 속에서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니 더위는 물러가고 상쾌함이 몰려온다. 도시의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에 제격이다.
○열대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
코코넛나무 숲과 각종 열대 나무의 넓은 잎사귀에 둘러싸인 빌라의 새벽. 수십 종의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깼다. ‘휘리릭 휘리릭 삑삑삑’ 하는 새소리는 누군가 짝을 애타게 찾는 듯한 느낌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신선함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귀뚜라미를 비롯한 풀벌레들이 베이스를 깔아주면 산새들이 화려한 연주를 이어간다.
새벽 6시께 일출을 보기 위해 리조트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해변으로 향한다. 관광객은 아무도 없고 줄낚시하는 어부만 한가롭게 바닷속을 거닌다. 10여분가량 기다리니 동쪽 수평선이 붉게 물들며 태양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기 시작한다. 연한 푸른빛의 바다는 천천히 붉은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태양은 수평선을 가린 낮은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더니 구름을 뚫고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백사장을 때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니 황홀함이 밀려온다.
일출의 감상에 흠뻑 취해 있다가 깨어나 태국 전통 방식의 스파를 즐기러 간다. 계단을 따라 스파를 받으러 독립공간으로 들어가는 길도 숲 속에 마련돼 있다. 지저귀는 산새 소리를 들으며 숲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몸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마사지사가 오일을 이용해 마사지를 시작한다. 신경을 하나하나 어루만져주는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쩌릿쩌릿하다. 긴장이 풀리면서 어느 순간 나와 세상이 하나된 듯 편안한 느낌이 든다. 물아일체의 경지라고나 할까. 그 순간 ‘땡’하는 소리가 천국에서 나를 불러낸다. 마사지가 끝났다는 종소리다.
○해양스포츠의 천국
코사무이가 휴양만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 활동적인 관광객들도 좋아한다. 해변에 마련된 액티비티센터에서 윈드서핑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저어 가는 패들링 보드를 즐길 수 있다. 세 개의 선체를 하나로 연결한 트라이마린 요트도 탈 수 있다. 탁구를 치다가 땀이 나면 수영장에서 열을 식히고, 해먹에 누워 책을 읽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카약을 타면 나만의 항해를 누릴 수 있다. 단단히 자리를 잡고 패들을 양손으로 저으니 카약이 앞으로 나아간다. 잊은 줄 알았던 카약의 기본기를 몸 안의 세포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 목표는 해변에서 200여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고정돼 있는 플랫폼. 파도를 넘어 플랫폼에 올라서서 지나온 곳을 바라보니 열대우림 경사면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리조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카약 항해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더 노를 저어가자 폭이 30m가 채 안 되는 작은 백사장들이 곳곳에서 비경을 자랑한다. 그중 한 곳에 카약을 세워놓고 하얀 모래 위에 누웠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해변에서 무한한 자유를 만끽한다.
○불교의 그윽한 향기
도심에서 받은 상처를 휴식으로 치유한 뒤 코사무이를 떠나는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사원에 들렀다. 공항 인근의 빅부다 사원, 태국어로 ‘왓 플라 야이’라는 이곳 정상에는 코사무이에 도착할 때 반겨줬던 대형 불상이 서 있다.
코사무이의 랜드마크인 빅부다 사원 입구에 도착하니 수백명의 관광객들이 사원을 거닐고 있다. 사원은 붉은색, 초록색, 황금색 등으로 채색돼 화려함을 뽐낸다. 처마는 날렵하게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어 한국의 절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황금색 대형 불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불상까지 가려면 수십개의 계단을 맨발로 걸어올라가야 한다. 태국의 강렬한 햇볕에 달궈진 계단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뜨겁다. 맨발로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속세에서 지은 죄를 털어놓고 참회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돌을 다듬어 만든 국내 불상들과는 달리 빅부다 사원의 불상은 황금색 옷을 입고 연꽃 위에 앉아 있다. 강한 햇빛에 황금색 불상이 반짝인다. 불상 앞에서 무릎 꿇고 절하는 사람들을 보니 불교의 그윽한 향기가 느껴진다. 회랑에 걸려 있는 풍경(風磬)이 ‘땡’ 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자 코사무이의 부처는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근엄하기보다는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다. 코사무이의 자연이 몸의 피로와 상처를 치유해준다면 부처의 미소는 마음에 평화를 전해준다.
코사무이 여행을 마치고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빅부다 사원의 부처는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보여줬던 그 미소 그대로 이방인을 환송한다.
코사무이(태국)=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여행팁
방콕~코사무이 1시간…다양한 숙박시설 갖춰…가족·연인 휴식하기 딱~
코사무이에 가려면 푸껫이나 파타야 등 태국의 다른 휴양지보다 조금 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직항편이 없어서다. 보통 인천에서 태국의 수도 방콕까지 5시간이 걸리고 방콕에서 태국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
방콕에서 코사무이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이지만 항공료는 같은 거리의 다른 구간에 비해 비싸다. 코사무이 국제공항을 방콕에어웨이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공항이지만 독점체제로 운영하다 보니 공항 사용료 등이 높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방콕에도 머물러 대도시와 휴양지의 매력을 비교해보는 것도 태국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값싼 숙소부터 고급 리조트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춘 코사무이에서 ‘포시즌스리조트 코사무이’는 최상급 리조트로 평가받는다. 리조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원베드룸 빌라는 침실과 욕실뿐만 아니라 개인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어 가족이나 연인끼리 조용히 휴식하기에 좋다. 1박에 평균 2만2900바트(100바트=약 3570원)로 성수기와 비수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6월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린다. 11~12월은 우기다. 여름철에 예약은 필수이며 스콜성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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