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LH 전문위원들의 탄식

입력 2013-08-18 16:48   수정 2013-08-18 23:11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는 1급 실·처장을 맡은 지 5년 내 승진을 못하면 무보직의 전문위원이 되는 제도가 있다. 지난달 초 이들 전문위원 사이에 반짝 기대감(?)이 일었다. 이재영 신임 사장이 현직 실·처장은 물론 전문위원도 본부를 이끄는 이사 후보에 응모할 수 있도록 해서다.

그런데 30여명이 지원한 상황에서 갑자기 전문위원은 배제됐다. 인사 적체를 풀어야 한다는 노조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 전문위원은 “이사 후보에 신청하는 바람에 후배한테 자리에 연연하는 선배라는 인상만 남기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LH는 부장 이상 근무자가 실·처장이 된 지 5년, 부장(2급)이 된 지 10년, 입사한 지 30년이 된 해까지 진급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보직이 없는 전문위원에 임명한다. 2008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쳐질 때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이들 전문위원은 200여명에 달한다.

문제는 전문위원이 되면 마땅히 해야 할 일 없이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토지 수용 현장에서 지주들을 상대로 보상 상담을 해주는 일 정도가 그나마 맡는 업무다. 왕성하게 일할 나이에 대부분 단순 업무를 하거나 특별한 일 없이 시간만 보낸다. 내부적으로 전문위원을 ‘신(新)고려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4월 정년 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해 300명 이상의 사업장은 2016년 1월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게 된다.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도 많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년 연장에 대한 준비가 거의 안 돼 있다. 게다가 정년 연장을 무조건 반길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자리만 차지하는 ‘뒷방 고참’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외환은행이 최근 정년퇴직까지 2년 남은 차장과 한때 퇴직권고 대상자를 지점장으로 뽑은 발탁 인사를 실시해 관심을 끌었다. 직원에게 정년이나 승진이라는 인위적 잣대보다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일할 기회를 준 것이다.

직장인에게 월급 못지 않게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냈다는 성취감도 중요하다. 퇴직할 날만 기다리며 시간만 낭비하는 직장인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묘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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