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이라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설명했던 세법 개정안은 지난 2주간 한국 사회를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었다.
졸지에 ‘거위’가 돼 1인당 평균 30만원을 더 ‘뽑히게 된’ 월급쟁이 434만여명은 크게 반발했다. 정부와 여당은 세금 인상 기준선을 총급여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높이는 수정안을 내놨지만, ‘월급쟁이의 유리지갑만 봉이냐’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 수정안에 따르면 당초 계획보다 줄게 된 세수는 연간 4400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2015~2017년 3년간 약 1조3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 정부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답답해하며 ‘발상의 전환’을 얘기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를 위해선 국민 모두가 많건 적건 일정한 세금을 내도록 하는 보편적 납세의 원칙을 확립하되, 나라 곳간을 튼실히 하려면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는 기업을 더 많이 키우는 게 정답 아니냐”고 했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최근 공시한 반기 보고서에서 밝힌 올 상반기 법인세 비용은 3조9445억원. 작년 상반기(2조8384억원)보다 1조1000억원 이상 늘었다. 이번 세법 개정 파동으로 생긴 3년치 세수 결손과 맞먹는다.
2011년 한 해 법인세로 3조4328억원을 납부한 삼성전자는 지난해엔 6조697억원을 냈다. 삼성전자가 증권사 예상대로 올해 4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다면 작년보다 2조원가량 많은 8조원대의 법인세를 내게 된다. 수천억원 규모의 지방세는 별도다.
이미 미국과 일본, 대만, 태국 등 각국 정부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 기업과 기업인의 의욕을 북돋기 위한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의 한 축을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활성화로 잡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치권에서 왠지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는 듯한, 경제민주화 선동 대신 기업인에게 힘을 주고 격려하는 얘기를 하면 좋을텐데….” 환갑을 넘긴 그 기업인은 그렇게 삼성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름 모를 수많은 기업을 더 만들고 그들을 열심히 뛰게 해야 세수도 늘고 일자리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답답한 하루였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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