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는 17~18일 이틀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놓고 비공개 실무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본교섭 재개에 대한 의견 접근은 이루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 측이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에 대한 일괄 제시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그러나 “도대체 노조가 파업까지 불사하면서 얻으려는 게 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작년의 경우 현대차 노조는 임금 인상과 함께 주간 2교대 도입 등 비교적 ‘명확한’ 요구안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올해 노조는 180가지에 달하는 방대한 요구안을 내놨다.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상여금 800% 지급 △회사 연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대학 미진학 자녀에게 기술지원금을 주는 것 등이다. 여기에 더해 △직원을 새로 뽑을 때 조합에 사전 통보하고 채용 인원을 조합과 합의할 것 △조합활동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 등 현행 노동관계법과 배치되는 요구도 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가 워낙 불명확하다 보니 사측은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조차 여의치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5월 말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해 지금까지 17차례 실무 협상을 진행했지만 노조가 핵심 요구안이 뭔지를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180가지에 달하는 노조 요구안을 한 번 읽어보는데도 한참이 걸린다”며 “쟁점이 뭔지 알아야 회사도 협상안을 제시할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무담당인 윤여철 부회장도 “노조가 핵심 요구안이 뭔지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서 ‘회사가 진정성 없이 협상에 임한다’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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