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하는 4.2% 그쳐…은행만 수수료 수입
생보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74%가 방카슈랑스
은행 증권사 등에서 판매하는 보험인 방카슈랑스가 도입 10년 만에 20조원(초회보험료 기준) 시대를 열었다. 2003년 8월 도입된 방카슈랑스는 전체 보험판매의 74.1%(생명보험사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확실한 판매채널로 자리잡았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보험산업의 외연을 확대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보험료 인하 효과가 적은 데다 불완전 판매와 금융업권 간 다툼이 계속되고 있어 보완할 점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계사 채널 위축, 중소형사 약진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생명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를 통해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총 20조3985억원이다. 설계사 채널에서 유입된 초회보험료(5조2908억원)의 4배에 이른다. 도입 첫 해(2조 1572억원)에 비해선 10배 가까이 늘었다.
설계사, 대리점을 포함한 전체 보험 판매 채널에서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회계연도 39.7%에서 2012회계연도에는 74.1%로 높아졌다. 반면 설계사 채널의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40%에서 19.2%로 뚝 떨어졌다. 보험 판매 구조가 설계사 채널에서 방카슈랑스로 바뀐 셈이다.
방카슈랑스는 판매 채널이 부족했던 중소형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에 좋은 기회가 됐다.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 전인 2002회계연도 삼성 한화 교보 등 생보사 ‘빅3’의 시장점유율(총 수입보험료 기준)은 75%에 달했다. 중소형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가 각각 13.5%, 11.5%를 나눠 가졌다. 하지만 2012회계연도에는 ‘빅3’가 50.3%로 24.7%포인트 줄었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는 각각 34.4%, 15.3%를 기록해 최대 20.9%포인트 높아졌다.
박상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방카슈랑스를 통한 보험수요 확대가 보험산업의 전체 파이를 키운 것은 방카슈랑스가 거둔 성과”라고 평가했다.
○보험료 인하 효과는 ‘글쎄’
금융당국은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 소비자가 편리하게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모집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산업의 균형적인 발전과 함께 소비자가 보험료 인하 혜택까지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를 통한 보험료 절감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보험업 감독규정으로 방카슈랑스의 사업비 항목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받는 계약체결 비용이 기존 설계사 채널보다 30%가량 낮게 책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보험료 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 예컨대 소비자가 매달 10만원의 보험료를 낸다면 사업비는 20%인 2만원 정도다. 여기에는 계약금 성격의 신계약비와 보험사의 보험상품 유지관리 비용인 유지비, 보험료 수납 관련 비용인 수금비가 포함돼 있다. 신계약비 비중은 전체 사업비의 약 70% 수준이다. 전체 보험료의 14%라는 계산이 나온다. 방카슈랑스와 일반 채널 상품 간 신계약비 차이가 30%포인트 벌어져야 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약 4.2%포인트의 보험료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당초 기대보다 적은 수준이다.
은행이 보험사에서 받는 모집 수수료도 논란거리다. 은행들은 펀드를 팔면 0.7~1.5% 수준의 수수료를 챙긴다. 이에 비해 방카슈랑스를 팔면 3~8%의 수수료를 보험사에서 받는다. 방카슈랑스가 소비자보다 은행 배만 불려주는 상품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방카슈랑스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4단계 도입에 대한 시각차 여전
정부는 4단계에 걸쳐 방카슈랑스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이 중 3단계만 도입됐다. 2008년 4월 시행할 예정이었던 4단계(개인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는 보험업계 반발로 철회됐다.
은행들은 지속적으로 금융당국에 방카슈랑스 확대를 건의하고 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넓히고 보험상품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당초 약속대로 4단계까지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의 주장은 다르다. “보장성보험은 저축성보험보다 보장과 면책 범위 등이 복잡하고 자동차보험 역시 특약이 많아 방카슈랑스를 통하면 부실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맞서고 있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 도입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금융업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여전하다”며 “소비자에게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면서 보험사와 은행이 지속 가능한 상생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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