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 성장 속 경시됐던 덕목 회복해야
윤용로 < 외환은행장 yryun@keb.co.kr >
#1986년 11월. 미국 유학 시절, 학기말 시험기간에 한 필수과목 시험날짜가 다른 과목과 겹쳐 시험을 두 번에 나누어 보게 됐다. 먼저 유학 온 선배는, 그렇게 시험을 나누어 보더라도 문제는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시험이 똑같다면 문제 보안은 어떻게 지켜질 것이며, 누구나 두 번째로 시험을 보려고 하지 않을까 의아했지만 모두가 기우였다. 학생들 누구도 문제를 묻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제를 가르쳐주면 자신의 성적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이기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건강한 미국사회의 기반을 보는 것 같아 상쾌하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2013년 6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관장하는 칼리지보드는 한국에서의 5, 6월 시험을 취소했다. 한국의 일부 학원들이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등 부정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비록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걱정을 악용한 일부 학원들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지만, 창의와 역동성의 나라라는 평판을 얻어가는 우리나라로서는 무척이나 수치스러운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 두 경험을 반추하면서 필자는 스스로 물어본다. 불과 반세기 만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미국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Grand Chessboard)’에서 한때 세계의 헤게모니를 쥐었던 국가들은 단순히 경제력이나 군사력만으로 강력한 국가가 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국가들은 정치·문화·교육·법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 시대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만한 시스템과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왕조시대와 식민지 지배를 거쳐 독립한 우리나라는 압축성장 속에서 ‘과정’보다 ‘결과’를,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에, ‘실질’보다 ‘형식’을 중시했던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커진 경제력과 더불어, ‘결과’에 관계없이 ‘과정’도 중시하고, ‘재물’보다 ‘정신적 가치’를 존중하며, 허례허식보다 실질적인 것을 숭상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더운 날 교차로에서 꼬리물기를 단속하기 위해 캠코더를 들고 땀을 흘리며 서 있는 경찰관들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1000만 외국인관광객이 역동적인 모습과 함께 ‘기본기가 탄탄한 대한민국’에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용로 < 외환은행장 yryun@keb.co.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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