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팔 걷은 기업] 동부, 1만2554개 항목 '셀프윤리가이드' 만들어

입력 2013-08-19 15:29  


“동부 임직원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고 회사의 이익과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윤리경영에 힘써야 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성과주의를 강조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윤리경영이다. 김 회장은 “윤리경영은 성과주의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결조건”이라 강조하고 있다.

김 회장의 지론에 따라 동부그룹은 성과주의에 윤리경영을 접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동부화재가 대표적이다. 동부화재는 2001년 윤리강령을 제정한 이후 지속적으로 윤리경영을 발전시켜 왔다. 이 회사는 매년 임직원의 의식 변화와 윤리적 판단력, 윤리적 실천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윤리경영이 추상적 구호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구현된다고 보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의 생각 속에 윤리경영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 직원들에게 윤리강령과 실천지침을 배포했다. 매년 신입사원과 경력사원들에게 윤리경영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동부화재 임직원뿐 아니라 자회사 임직원들에게도 윤리 준법서약서를 쓰도록 했다. ‘셀프윤리가이드’는 동부화재 윤리경영의 교과서로 꼽힌다. 조직별·업무별·직책별로 구체화된 총 1만2554개 항목으로 구성해 직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독자적인 윤리경영 지표도 마련했다. 컴플라이언스 지수를 개발해 영역별로 윤리경영 실천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지수는 직무윤리테스트와 준법감시활동 등 공통 항목과 부서별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동부화재는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부서도 만들고 대표이사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위원회 위원장으로 뒀다.

동부증권도 윤리경영을 생존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2001년 7월 고객과 주주를 위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임직원 윤리강령’을 제정했다. 윤리경영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는 걸 막기 위해 주요 거래를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동부제철은 청탁과 담합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2년에 만든 윤리강령에 실천 방안을 담았다. 입찰가격 공개와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개인 경조사 고지 금지 등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동부제철은 사례집인 윤리경영 안내서도 발간했다. 윤리적 갈등이나 의사 결정 과정 상 어려움에 직면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동부제철은 윤리경영을 이끌어가는 조직인 ‘윤리경영위원회’도 설치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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