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의 노고 인정하는 정직한 소비를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가요계에서 ‘표절’은 끊이지 않는 논란거리다.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음악 자체가 상품이다보니 멜로디 하나 가지고도 긴 공방이 벌어진다. 좋게 들리던 노래도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 어쩐지 듣기에 찜찜한 기분이 들고, 인기 가수가 한순간에 윤리성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근래 들어서는 논문 표절 역시 사회적인 이슈로 자주 부각되고 있다. 연구자가 오랜 시간을 들여 고심한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비양심적 행위이기도 해서 학위수여 자격이나 도덕성을 비판하는 잣대가 된다. 이렇듯 표절에 대해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그것이 절도와 같은 행위며, 원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해왔다. 이런 인식은 창작자에 대한 존중과도 맞닿아 있어 음악을 만들거나 글을 쓰는 것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창작에 대한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표절’과 비슷한 개념으로 ‘도용’이 있다. 이는 디자인이나 상표 등의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다. 원작자의 허락 없이 베껴 사용한다는 점에서 표절과 마찬가지로 권리를 훔치는 위법행위지만 표절처럼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필자가 있는 특허청에서는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를 두고 소위 ‘짝퉁’ 제조·유통을 단속하고 있다. 상표권이란 쉽게 말해 브랜드를 대표하는 마크에 대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옷의 가슴께에 자전거를 탄 사람이 그려져 있거나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백에 로고가 새겨진 것을 보면 누구든지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브랜드와 상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하나의 상표가 나타내는 것은 단지 브랜드네임만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기업의 노력과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표를 무단으로 도용해 질 낮은 상품을 포장하는 ‘짝퉁’은 표절처럼 건전한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힘들게 일군 기업을 도산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생업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 여기에 ‘짝퉁’ 소비가 위험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돈을 아낀다고 무조건 착한 소비가 아니다. 한 편의 영화를 다운받더라도 정당한 값을 치르는 ‘굿 다운로더’처럼 정직한 소비로 우리 사회에 상표권이 존중받는 문화가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민 < 특허청장 kym0726@kipo.go.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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