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건축용 판유리를 만드는 중견기업 A유리는 올해 상반기 국내 사업장이 적자로 돌아섰다. 연료로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국내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산비용 중 20% 미만이던 LNG 비중이 40%에 육박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져 적자가 났다”며 “반면 국내보다 LNG 가격이 20% 이상 싼 중국 공장은 흑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LNG 가격은 유가에 연동해 정해지는데 최근처럼 국제유가는 오르고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가격은 떨어지는 시기에는 국내 기업에 치명타로 작용한다”며 “기업에 정책적으로 연료를 싸게 공급하는 중국처럼 우리 정부도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조업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에 비해 국내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단순히 인건비 부담이 높다는 차원을 넘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각종 규제와 법령, 후진적인 노사관계 등 경영 인프라 전반이 문제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국내외에 공장을 갖고 있는 제조기업 7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경영 여건이 낫다’는 대답이 22%에 그친 반면 ‘해외가 낫다’는 응답은 78%에 달했다고 밝혔다. 설문 기업의 31%는 ‘과거보다 국내 경영 여건이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기업인들은 획일적인 제도와 법령이 경영에 걸림돌이 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국으로 U턴 의향 있다" 1.5% 뿐
경기 의정부에서 소방용품을 만드는 김모 사장(56)은 “연초 직원을 5명 더 뽑아 종업원이 53명 되고 나니 공공기관 소액 발주에서 아예 배제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공기관의 1억원 미만 사업에는 직원 50명 미만의 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금을 빌려 투자했더니 신용평가사가 재무제표가 악화됐다고 지적하는 바람에 회사채 발행도 더 힘들어졌다”며 “일자리와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기업인들은 국내 ‘유(U)턴’도 꺼리고 있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한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은 1.5%에 그쳤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를 위해 앞다퉈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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