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TF 구성
금융당국이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TX그룹처럼 부실이 불거지기 전에 구조조정을 유도해 기업도 살리고 시장에 대한 충격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선제적 구조조정을 유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는 모습이다.
○약정 체결 전에 개입 근거 마련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선제적 구조조정’을 제도화하기 위한 TF를 구성했다. TF에서는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 개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신용위험평가제도 등 두 가지를 손질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제도화할 계획이다.
우선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기업집단(주채무계열)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주채권은행이 사전에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주채권은행과 약정을 체결한 기업집단은 한진·STX·동부·금호아시아나·대한전선·성동조선 등 6곳이다. 이외에 다른 주채무계열 가운데 재무적으로 위험하다는 신호가 있으면 주채권은행이 미리 개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약정 체결을 거부하거나 일부러 시장성 채무 비중을 높여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2010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 기업집단으로 선정됐지만 이에 반발해 외환은행 여신을 모두 갚고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금융당국은 최근 일부 기업집단이 약정 체결을 피하기 위해 은행 여신보다 시장성채무(회사채 등) 비중을 높이는 것에 대해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신용위험평가제도도 손질
금융당국은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위험평가제도도 손질할 계획이다. 채무가 5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위험평가 제도는 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의 재무상태를 A~D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C등급은 부실징후기업으로 워크아웃 대상, D등급은 법정관리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이 사전적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손보려는 부분은 그동안 ‘정상’으로 분류됐던 B등급 기업이다. 재무적으로 탄탄한 A등급 기업과 달리 B등급 기업 중 상당수가 부실 요인을 내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위험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냥 지내다 덜컥 법정관리를 신청,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곤 했다는 판단에서다.
○피해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 중
문제는 정상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이 시장에 알려질 경우 해당 기업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한 관계자는 “사전적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선 기업에 대해 미리 부채 감축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자산매각 등을 강제해야 하지만 그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채권은행의 주문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여신을 회수하는 것이 최적의 방법이지만 정상기업을 망가뜨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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