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식성형 공법 이용한 제품
14개국에 26년간 수출
라미화장품이 새 주인을 맞아 변신을 꾀하고 있다.
라미화장품은 2011년 11월부터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어왔다. 그러다 지난 7월 스마트카드, 집적회로(IC)카드 등 카드 제조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바이오스마트(회장 박혜린)가 라미화장품 주식 21만6010주를 추가로 취득, 이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국제 카드사들의 제조인증을 보유한 바이오스마트는 2009년 한방화장품 전문회사인 한생화장품을 인수하면서 화장품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경험이 있다. 2011년 12월엔 피부관리 프랜차이즈인 ‘레드클럽코리아’도 인수해 독자적인 판매 채널까지 구축했다. 여기에 색조 화장품 및 마케팅 능력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라미화장품까지 인수해 탄탄한 제조 라인과 마케팅 능력, 서비스 플랫폼이란 3박자를 갖추게 된 것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 美 FDA 승인
라미화장품의 전신은 리리화장품이다. 이를 동아제약이 1976년 인수하며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국내 화장품 유통질서가 어지러웠던 1970년대 후반, 라미화장품은 피부에 안전한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1980년대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화장품 업계 최초로 국제공인을 얻으며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모 기업이었던 동아제약의 의학적 연구 경험과 노하우에서 얻은 피부 생리학적 기초자료 덕분”이라며 “화장품 특성에 맞게 발전시켜 개발했기 때문에 그런 성과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자체 브랜드 ‘라피네’를 비롯해 야채시리즈와 남성화장품 맨넨과 레노마, 소르띠에 등을 히트시키며 국내 대표 중견 화장품업체로 성장했다. 2007년엔 종업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동아제약으로부터 분리해 나온 이후 전문점 유통을 기반으로 내실을 다졌다.
◆라미만의 제조법 ‘WCBI’ 개발
1990년대엔 할인코너라는 새 유통형태가 생기면서 업체 간 가격경쟁이 심화됐다. 브랜드보다는 할인 제품이 우선시되던 때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라미화장품은 투명거래, 가격준수, 유통경로별 제품 차별화, 철저한 교육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지켰다. 또 시장판매와 방문판매라는 두 가지 유통경로에 맞게 제품을 차별화해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라미화장품은 마케팅과 함께 연구개발(R&D)에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바로 ‘WCBI(Wet Coating Back Injection)’ 공법을 개발한 것. 습식성형 방식이라고 불리는 이 공법은 피부에 촉촉함을 부여하는 보습 성분과 혼합된 파우더를 용기상층에서 프레스로 눌러담는 기존 방식과 달리 용기 밑에서 쏘아 올려 자연 그대로 건조시키는 공법이다. 이정일 라미화장품 업무총괄이사는 “파우더에 압력을 가하지 않아 눌리거나 찌그러지지 않고 곱고 균일하게 파우더 입자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WCBI 공법을 이용해 만든 라미화장품의 대표 제품인 투웨이케이크는 14개국에 26년 동안 꾸준히 수출되며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위기에 강한 글로벌 브랜드 구축
라미화장품은 창립 이후부터 글로벌 브랜드 구축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배경에는 자사 브랜드에 의존하던 다른 화장품 회사와 달리 라미화장품이 세계적인 브랜드의 판권을 사들여 인지도를 높였던 데 있다. 글로벌 브랜드인 엘리자베스아덴의 판권을 사와 국내 독점판매하고 있다. 또 마리꼬르, 로샤스 등과 계약해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구축했다. 현재는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패션 그룹인 레노마를 비롯해 130년 전통의 남성브랜드 멘넨의 국내 화장품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중동 진출에 역량 강화
라미화장품의 글로벌 행보 가운데 가장 주력을 두고 있는 곳은 중동지역이다. 중동은 화장품 및 미용용품과 관련한 신흥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스킨케어 시장 규모는 14억달러에서 24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연평균 12%씩 성장한 것으로 같은 기간 전 세계 스킨케어 시장 성장률(연 평균 7%)의 배에 가깝다.
회사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중동국가들이 견실하게 성장하면서 남성용 화장품 시장 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미화장품은 25년 전 ‘카타리나 지오’라는 제품으로 이란에 진출했다. 최근엔 ‘중동의 홍콩’으로 불리는 두바이를 거점으로 회교권 및 아프리카 시장을 대상으로 ‘중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개최된 아라비안 걸프권 최대 규모 미용 박람회인 ‘두바이 국제화장품미용박람회’에선 수출 전용 브랜드 ‘카타리나 지오’를 앞세워 이라크, 쿠웨이트, 파키스탄 등 23개 회사와 수출계약을 맺었다. 세계적 브랜드에 대한 독점 판매권과 자체 브랜드 생산에 대한 관심이 많은 중동 바이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이란 시장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 호평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자평했다.
이정일 이사는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주문이 이어져 회사 매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중동 시장을 넘어 전 세계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라미화장품 500가지 제품 생산…소비자 맞춤형 스킨케어로 시장 선점할 것"
박혜린 라미화장품 회장
“한생화장품의 한방 화장품 제조기술과 라미화장품의 마케팅 능력, 레드클럽을 통한 독자 판매채널까지 3박자를 갖춘 완성형 화장품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었습니다.”
지난달 1일 중견 화장품기업인 라미화장품을 인수한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사진)은 “세 회사 간 시너지를 통해 레드오션인 화장품 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오스마트는 2009년 한생화장품과 2011년 레드클럽에 이어 라미화장품을 자회사로 끌어안았다. 박 회장은 세 회사의 시너지를 통한 성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앞으로 화장품 시장이 ‘맞춤형 스킨케어’ 시장으로 변화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화장품 시장에서 더 이상 똑같은 제품을 일방적으로 공급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사용자 각각의 피부 상태를 체크하고 이에 맞는 화장품과 피부 관리법을 제시해주는 고객 맞춤형 플랫폼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부관리 프랜차이즈숍인 레드클럽를 통해 두 회사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즉각적인 요구와 반응을 체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레드클럽을 인수한 뒤 살펴본 화장품 사용자들의 성향은 자기 피부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새 화장품이 자신에게 맞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앞서 신생 화장품 업체가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제품에 대한 꾸준한 선호도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박 회장의 결론이었다.
라미화장품은 500가지, 한생 화장품이 300가지 화장품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박 회장은 모델 비용 같은 일회성 비용보다는 이 같은 소비자 맞춤형 제품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라미를 인수한 또 다른 이유는 기초화장과 색조화장의 밸런스다. 한생 화장품은 52년 동안 한방 성분을 기본으로 한 기초 화장품을 주력으로 만들었다. 반면 여성을 돋보이게 하는 색조화장에 있어서는 라미화장품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박 회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내 피부에 좋은 기초 화장품과 함께 예쁘게 보이는 색조까지 하나하나 다 따진다”며 “색조라인을 새로 구축하는 게 만만치 않아 라미화장품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미화장품과 한생화장품은 모두 제약회사가 뿌리다. 한생은 1961년 한방제약사인 한국신약의 자회사에서 출발했고 라미화장품 역시 동아제약을 모 회사로 두고 성장했다.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하며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타 회사들과 차별성이 있다는 것.
박 회장은 라미화장품이 갖고 있는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화장품 회사로 키워가겠다는 꿈을 내비쳤다. 옴니시스템, 바이오스마트 등 박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은 대부분 해당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라미화장품이 가진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통한방에서 탄생한 한방화장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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