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위조수표로 현금 인출한 '범죄의 재구성' 일당

입력 2013-08-21 16:26  

영화 '범죄의 재구성'처럼 수표를 위조해 100억을 빼돌린 일당의 전모가 모두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21일 100억원짜리 수표를 변조해 현금으로 인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총책 나경술(51) 등 37명을 검거, 이 중 8명을 구속하고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발행번호 위조를 위해 100억원 수표 주인이 수표 발행번호가 적힌 수표 사본과 통장사본을 사기 일당에게 넘겨줬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 초기에 수표 주인인 박모씨(50·대부업자)는 "사기 일당에게 수표를 보여준 적도 사본을 건네준 일도 없다"고 진술해 그간 사기 일당이 진본수표 발행번호를 입수한 경위가 미궁 속이었다.

박씨의 말대로 수표를 보여준 적이 없다면 나씨가 변조한 100억원짜리 수표에는 정식 발행번호가 없기 때문에 은행 현금 인출시 위조수표로 금세 탄로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총책 나씨는 100억원짜리 변조수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진본 수표의 발행번호를 공범 최영길(61)을 통해 수표의 주인 박모씨에게서 입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잔고증명'이 필요하니 예치증을 며칠만 쓰게 해주면 사례하겠다"며 수표 주인인 박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후 뒷번호가 네자리 가려진 진본수표의 사본과 수표번호 전체가 적혀 있는 통장사본을 넘겨받은 최씨는 나씨에게 이를 건넸다. 통장사본에 모두 적혀 있는 수표번호를 그대로 변조수표에 넣어 나씨는 보다 완벽한 범행을 꾸밀 수 있었다.

경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수표 발행 때 예금통장에 수표번호를 기재하지 않도록 금융감독원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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