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길들이기 악용 우려…상법개정 맞물려 큰 부담"

입력 2013-08-21 17:18   수정 2013-08-22 02:20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 재계 반발


재계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려는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권 입맛대로 국민연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칫 국민연금이 관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만큼 의결권을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가 반발하는 첫째 이유는 국민연금이 ‘기업 길들이기’용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많이 행사하면 할수록 해당 기업들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중 8명이 사실상 정부 영향력 아래 있다”며 “결국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기업들은 시장 상황보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이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계는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최근 국민연금의 행보는 기업들의 예상이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반대표를 많이 던졌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는 2009년 132건에서 지난해 436건으로 230% 이상 급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주요 대기업 지분도 확대하는 추세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게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상황에 놓여 있는데 국민연금이 이런 상황을 얼마나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할지 의문”이라며 “빠른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스피드 경영을 해 온 국내 대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 강화 방안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밝히면 시장에서는 단순히 주요 주주의 의견 개진이 아니라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로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비공개를 전제로 문제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분류한다고 하지만 결국 국민연금 위탁 운용사 등을 통해 시장에 알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나온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방안은 다른 법들과 합쳐져 메가톤급 영향을 줄 수 있는 점도 재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오는 25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인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에는 최대주주를 견제하게 될 국민연금에 유리한 감사 분리 선임과 집중투표제 등이 들어 있다. 29일부터 새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 국민연금은 즉시 공시 의무를 면제받는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은 다른 주주들과 달리 특정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뒤 1주 이상을 사고팔더라도 5일 내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규정이 계속 나오고 있어 기업들은 국민연금과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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