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심층 진단 - 고태봉 <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coolbong@hi-ib.com >
전체 판매량 37%가 신차용…BMW·도요타 등 공급처 다양
브랜드 가치 향상이 과제
한국타이어는 국내 1위, 글로벌 7위 타이어 기업이다. 글로벌 생산 능력이 연 9500만개(2013년 기준)로 국내 업체 중 가장 크다. 중국 헝가리 인도네시아 등에 글로벌 생산기지 7곳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외형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 타이어 품질, 해외 평가, 해외 마케팅 역량 등 질적인 측면에서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을 듣는다. 타이어는 브랜드가 차체 밖으로 드러나는 유일한 자동차 부품이다. 자동차 판매 이후 시장인 애프터마켓에서 인지도에 따라 판매 성과와 가격 결정 능력이 정해진다. 질적인 부분이 더욱 중요한 산업이다.
한국타이어는 전체 판매량의 37%에 이르는 신차용 타이어(OE) 부문에서 아우디, BMW, 링컨 등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폭스바겐 등 대중적인 브랜드까지 다양한 납품처를 확보하고 있다. OE는 평균 4년 뒤 발생하는 교체용 타이어(RE) 수요에 대한 미끼상품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자동차 업체가 품질을 인정해준다는 뜻이어서 타이어 업체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글로벌 최고 실적 자랑
실적 면에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최악의 타이어 업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타이어는 15%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고 수준 업체인 미쉐린, 굿이어, 브리지스톤과 비교해도 뛰어나다.
최악의 수요 감소세를 보이는 유럽에서 헝가리 공장이 고급 제품을 함께 생산해 18%의 높은 마진을 유지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에서 확보한 높은 마진이 금호타이어나 넥센타이어와의 격차를 만들었다. 중국에서도 안정적인 마진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 상황도 건전하다.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나고 부채비율과 내부유보율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재무 안정성은 해외 생산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마케팅의 재원이 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선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부담도 많이 줄어 신규 진출하는 경쟁업체들보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앞으로 1억1000만개까지 생산량 증대 밑그림이 완성돼 있다. 이 밖에 미국 진출을 포함한 여러 성장전략을 검토 중이다. 성장 측면에선 분명 회사가 열정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음을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 한 단계 높여야
한국타이어는 수량 측면에서 세계 7위 규모로 성장했고, 5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 측면에서 글로벌 타이어업계 3위 그룹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타이어 가격은 1위 그룹의 두 번째 내지 세 번째 브랜드 수준이다. 타이어 업황이 안 좋고 경쟁이 치열해 상위 업체들의 마케팅 행사나 가격할인이 시작될 때 이를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고급 제품과 친환경 제품을 활발히 선보이는 등 제품믹스를 통해 1위 그룹과 벌어진 가격 격차를 좁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최근 중국 업체의 회생, 인도 남미 업체의 부상에 따른 저가제품 부문 경쟁 심화 속에서도 한국타이어가 살 수 있는 길이다.
한국타이어는 또 에어 프리(air free) 타이어 같은 첨단 타이어나 바이오 이소프렌 타이어 등 신소재 타이어 개발에서 후발주자의 한계에 갇혀 있다.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해, 특히 100여년 전통을 가진 선도기업을 뛰어넘기 위해선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파격적 기술(disruption technology)을 먼저 연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유통구조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대형 딜러를 활용한 저비용·고효율의 도매유통 구조가 분명 수익성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쉐린이나 컨티넨탈처럼 자체 소매망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높여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타이어는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양적·질적으로 매우 훌륭한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추가 성장을 위해선 더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1위 그룹들은 두 번째, 세 번째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을 빼앗으려 하고 아래로는 중국, 인도, 남미 타이어업체들이 빠른 품질 개선으로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고태봉 <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coolbong@hi-ib.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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