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수를 관리하지 못하면 커다란 재앙으로 이어진다

입력 2013-08-22 15:29   수정 2013-08-22 16:08

경영학 카페


길가에 자동차가 한 대 서 있다. 누군가 돌을 던졌는지 뒷문 유리창이 깨져 있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할까. 차 주인이 차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거나 버려진 차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휴지를 차 안으로 버려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비단 당신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 며칠 안에 그 자동차의 유리란 유리는 모두 깨져버리고 말 것이다. 자동차 주변은 쓰레기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무질서도 방치되면 커다란 범죄로 전염될 수 있다는 이론을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라고 한다.

1980년대 중반 뉴욕시의 범죄 발생률이 높아졌다. 그러자 기업과 중산층이 급속도로 교외로 빠져나가 버렸다. 사람이 없어진 한적한 거리와 지하철은 더럽고 지저분한 낙서로 뒤덮였고, 사람들이 꺼리는 곳이 돼 버렸다. 뉴욕 시장의 최우선 과제는 도시의 범죄 발생 건수를 낮추는 것이었다. 경찰관도 더 뽑고, 사법부와 협의해 양형 기준도 강화했다. 순찰 횟수도 늘렸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는 전임 시장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우선 ‘깨진 유리창’부터 없애 나간 것이다. 낙서가 많은 곳에는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고, 껌이나 휴지를 버리는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검거했다. 지하철 역사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했고,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시 당국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시민들이 행동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주위 환경이 더러울 때 사람들은 쉽게 오물을 버린다. 하지만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곳에서 아무렇게나 침을 뱉고 쓰레기를 버리기는 어렵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거꾸로 적용해보면 어떨까. 커다란 사고는 어쩌다 운이 없어서, 또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실수와 전조들, 즉 깨진 유리창들이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런 사소한 유리창들을 고침으로써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업무상 많은 통계를 다루고 있었다. 그는 7만5000여건의 사고를 정밀 분석해 사고에 의한 피해 정도를 대형사고와 소형사고, 경미한 실수로 구분했다. 그 비율은 1 대 29 대 300이었다. 그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이다. 한 번의 큰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사고가 29번 있었고, 운 좋게 큰 사고를 피하긴 했지만 눈에 보이는 경미한 실수가 300번이나 있었다는 의미다. 이 법칙에 의하면 심각한 사고는 우연한 계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럴 만한 개연성이 있었던 경미한 실수와 작은 사고들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타이타닉호 침몰사고를 살펴보자. 타이타닉호는 지어질 때부터 문제가 많았다. 선체에 물이 들어오면 다른 구역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격벽이 있어야 하지만, 설계자인 토머스 앤드류는 수직격벽을 만들지 않았다. 호화 여객선에 어울리는 계단을 많이 만드느라 공간이 부족해져 방수 갑판을 만들지도 않았다.

운영에도 문제가 많았다. 출항 시간이 지체돼 늦어진 시간을 보충하느라 기준 속도보다 빠른 시속 22노트로 과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요인들은 ‘300’의 잠재적 요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뉴욕까지 가는 4월의 북해 항로에는 빙하가 많이 떠내려 온다. 비슷한 경로를 운행하던 선박들로부터 “조심하라”는 경고도 숱하게 받았지만, 선장은 무시했다. 도착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의 통신사는 빙하 경고를 보내온 인근의 선박에 “듣기 싫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간에 빙하 충돌의 위험이 있을 때엔 보통 5명의 인원을 배치, 해상을 감시하도록 해야 했는데 이런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이런 요인들은 ‘29’의 소형 사고에 해당한다. 이런 잠재적 요소와 소규모 사고에 대한 무시가 결국 1492명의 승객이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와 긴 장마를 거치며 우리 주변에도 많은 사고가 있었다. 노량진 배수지에서 수몰 사고로 작업하던 인부들이 사망하기도 했고, 공항에 착륙하던 비행기가 활주로 진입부를 잘못 확인하는 바람에 큰 사고가 나기도 했다.

신문 지상에서 접하게 되는 사고들을 무심히 넘길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을 살피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잘 살피면 이미 여러 장의 유리창이 깨져 있을지 모른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미리 살피고 고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이우창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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