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강경파 의원 몇몇이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을 찬성하면 ‘재벌 앞잡이’라고 매도하니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통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섣불리 찬성을 못 하고 있다.”
지난 5월 ‘외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여상규 산통위 새누리당 간사는 최근 기자를 만나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경제주체를 ‘갑과 을’ 둘로 갈라놓고, 경제민주화는 ‘을’만을 위한 것이란 논리에 갇혀 산다”고 말했다.
외촉법은 산통위 법안소위에서 관련 논의 자체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국회의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 간사의 당내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야당과의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당내 비판은 물론, 간사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야당은 ‘결사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외촉법을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저지시킨 ‘지주회사에 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우회 입법 시도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외촉법 처리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도 투자 주체인 외국인보다는 대기업 특혜 시비만을 놓고 소모성 갑론을박만 되풀이할 뿐이다.
산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언뜻 보면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라며 “혜택보다 지나친 특혜의 부작용이 크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손자회사가 선진기술 도입 등을 위해 외국 회사와 공동 출자해 증손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외촉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규정한 현행 보유지분율 100%를 외국인 공동 투자에 한해 50%로 낮춰주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물론 외국 자금과 함께 패키지로 들어올 ‘선진기술’ 유입을 기대하고 있는 몇몇 기업은 외촉법 통과에 목을 매고 있지만, 9월 정기국회에서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을’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며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반대를 거듭하고 있는 야당, 야당을 설득할 만한 협상력을 갖추지 못한 여당 모두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조3000억원 규모의 외국 자본이 국회의 명분 싸움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린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추가영 정치부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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