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 공장 둔 업체, 이례적 전방위 세무조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 세무당국의 세금 추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본사와 거래하는 가격(이전가격)을 높게 정하거나 기술료를 많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한국에 빼돌려 중국에서 내야 할 법인세를 덜 냈다는 것이 중국 세무당국의 주장이다.
2008년 외국인 투자기업의 법인세율을 15%에서 25%로 인상한 ‘신기업소득세법’ 제정 이후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과세가 강화돼 왔으나 이번처럼 광범위하게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기는 처음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22일 중국에 자회사를 둔 한국 기업과 KOTRA에 따르면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최근 본사와 거래 규모에 관계 없이 현지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가격 과세에 나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본사와 거래액이 2억위안(360여억원)을 넘는 현지 기업에만 이전가격 과세를 했으나 이번에는 거의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심재희 KOTRA 칭다오 무역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중국에 나와 있는 한국 기업들이 세무조사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세금을 이미 추징당했거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현지 기업 중 상당수는 중국 세무당국이 이전가격을 엄정하게 계산해 세금을 추징하기보다는 ‘이익률이 왜 이렇게 낮으냐’는 식으로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국 세무공무원이 ‘최근 3년간 회사 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은 한국으로 이익을 빼돌렸기 때문 아니냐’고 얘기하며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세무당국은 특히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한국 기업인과 KOTRA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의 법인세율이 10~22%로 중국(25%)보다 낮아 현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한국으로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 세무당국이 의심한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더 많은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일본은 법인세율이 38%이기 때문에 이전가격과 관련된 탈세 의심을 덜 받고 있다.
조정환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상무)는 “한국은 중국에 투자를 많이 한 ‘빅10’ 국가 중 하나”라며 “이전가격과 관련된 세무조사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 이전가격
transfer pricing. 다국적 기업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 거래 때 적용하는 가격. 원재료나 제품 등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로열티, 수수료 등 무형자산도 대상이다. 세무당국은 기업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이익을 적게 내고 세율이 낮은 나라에서 이익을 많이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전가격을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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