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결혼은 이효리처럼

입력 2013-08-22 17:40   수정 2013-08-2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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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결혼식 대신 가족행사로 하겠다"
두 사람의 '예쁜 생각' 널리 퍼졌으면

김태욱 아이패밀리SC·굿바이셀리 대표 ktw22@iwedding.co.kr



최근 이효리가 ‘무(無) 결혼식’이라는 파격 선언을 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스타의 결혼식=초호화 결혼식’으로 인식되고 우리의 결혼 문화가 점차 화려함에만 치중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효리·이상순 커플의 결혼 선언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필자가 13년 동안 웨딩서비스기업을 운영하며 바라본 결혼 문화는 한마디로 ‘의미’는 사라지고 ‘돈’과 ’상품’이 지배하는 물질 중심의 통과의례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필자는 문제의 답을 본질에서 찾았다. 결혼 문화를 잠식한 상품과 돈 대신, 그 자리에 주인공인 ‘사람’이 자리하는 것이다. 본디 결혼이란 당사자를 비롯한 그 가족의 결합으로 새 가족이 형성되는 것이니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의외로 해결책은 단순하다.

얼마 전 이효리의 예비신랑 이상순으로부터 “결혼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결혼식을 대신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체면치레를 고사한 두 사람의 예쁜 생각이 대견스럽기 그지 없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면 요즘 결혼 준비는 한마디로 스트레스다. 서먹한 양가 간에 불편하고 껄끄러운 얘기를 주고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통상 결혼을 준비하며 두 가족이 만나는 횟수는 고작 2~3회인 것이 현실. 이렇다 보니 많은 커플들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툼을 겪는다.

그렇다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두 가족이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예단 비용으로 양가 가족이 여행을 떠나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고, 흔해빠진 축가 대신 두 가족이 만나 한 목소리로 연습한 축가를 결혼식 당일에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다. 음악과 여행을 통해 어색했던 기운과 서운했던 감정들은 어느샌가 눈 녹듯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비용은 줄이고 의미는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지난 봄부터 필자의 회사에선 형식보다는 가족의 소통과 교류에 의미를 둔 웨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그 결과는 희망적이다. 예단 여행과 가족 축가를 체험한 신랑이 “두 가족이 친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전해왔을 때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요컨대 식 없는 결혼까진 아니더라도 결혼은 이효리처럼, 그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 결혼 문화에서 사라져버린 ‘가족’과 ‘사람’을 그 중심에 놓는다면, 주객이 전도된 우리의 결혼 문화가 한층 성숙해짐은 물론 가족 행복도 함께 찾아올 것이다.

김태욱 < 아이패밀리SC·굿바이셀리 대표 ktw22@iwedding.co.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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