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취임 2주 만인 지난 6월25일 경기영업본부를 찾아 직원들과 대화하던 중 실적이 뛰어난데도 계약이 끝나 자리를 비워야 하는 비정규직 직원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직원이 출산 전이나 출산 후 휴직을 하면 이를 대신해 잠시 일을 하는 ‘산전·산후 대체직’에 대한 얘기였다.
실제로 경기영업본부 소속 이천시지부에 근무하던 김애경 씨(32)는 지난해 초 ‘산전·산후 대체직’으로 들어왔지만 적극적인 카드 마케팅으로 연말 우수직원 시상식에서 카드 부문 동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지난 6월 말 퇴직했다.
임 회장은 성과가 우수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직장을 떠나는 인재를 잡기 위해 인·적성 검사 등을 거쳐 김씨를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하기로 했다. 또 현장 의견을 더 모아 지난해 경남 진해지점에서 근무하며 소매영업 부문 우수상을 받고도 올초 퇴사한 안수진 씨(35)를 ‘재발굴’했다. 안씨도 직무능력 검사 등을 거쳐 다음달 2일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임 회장은 한발 더 나가 올해부터 약 500명에 달하는 산전·산후 대체직의 업무 실적 등을 전수 조사해 성과가 우수할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모든 결정은 임 회장의 현장 방문 결과라는 게 농협금융지주 측의 설명이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은 인재를 걸러내는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해 본부까지 현장의 유능한 인재 소식이 전달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현장에서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지방 중소도시까지 한 달에 두 번 이상 현장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그는 “영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개선 점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인재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과 보상 체계를 꾸준히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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