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권익위 중재로 서울시 '신·증축 허용' 가닥…전통사찰 역사공원 변신
서울 강남에 있는 천년 고찰 봉은사가 42년 만에 신·증축 제한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봉은사는 불교계의 숙원을 풀면서 옛 전통사찰의 모습을 재현한 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3일 봉은사에서 이성보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신연희 강남구청장, 진화 봉은사 주지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조정회의를 열었다. 조정회의에서 관할 구청인 강남구는 봉은사가 마련한 ‘봉은역사공원 조성계획 변경안’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도시공원위원회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고, 이후 심의 등 행정 절차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봉은사는 통일신라 시대인 794년 연회국사가 창건했다. 봉은사는 스님을 선발하는 승과고시를 실시하던 곳으로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유명 고승들도 봉은사에서 수학하는 등 유서 깊은 사찰로 알려져 있다. 1950년 6·25전쟁으로 대부분의 전각이 파괴됐지만 이후 재건됐다. 봉은사에 대한 각종 규제는 강남 개발 이후 본격화했다. 1971년 강남 개발 당시 구획정리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시설(도시공원)로 지정되면서 종교건물 신·증축이나 시민 휴식공간 건설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봉은사는 사실상 불법 건축물인 가건물을 지어 부족한 종교시설을 대체해 사용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봉은사를 비롯한 조계종은 템플스테이 등 종교 활동과 25만여명에 이르는 신도의 종교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며 공원에서 해제해줄 것을 서울시와 강남구에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봉은사는 지난해 5월부터 규제라는 굴레를 벗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했다. 공원 지정을 해제하거나 종교건물 신·증축을 허용해 달라며 권익위에 신도 등 2만8500명이 서명한 서명부를 전달하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같은 해 8월에는 “사찰 부지에 종교 시설물을 짓게 해 달라”며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패소했다.
민원을 접수한 권익위가 조정에 나서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는 시설을 역사공원 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서울시도 지난 3월 역사공원 안에 전통사찰의 종교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도시공원조례’를 개정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봉은사는 2009년 도시공원에서 역사공원으로 변경돼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조정회의에서 공개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봉은사는 입구에 있는 지상주차장을 공원화하고, 지하에 주차시설 등을 갖춰 예전 모습을 재현한 전통사찰로 복원할 계획이다. 템플스테이 체험관, 역사교육관 등도 조성된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문제를 관련 규정 개정과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기관 간 적극적인 협업으로 원만히 해결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강경민/정성택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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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중재로 서울시 '신·증축 허용' 가닥…전통사찰 역사공원 변신
서울 강남에 있는 천년 고찰 봉은사가 42년 만에 신·증축 제한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봉은사는 불교계의 숙원을 풀면서 옛 전통사찰의 모습을 재현한 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3일 봉은사에서 이성보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신연희 강남구청장, 진화 봉은사 주지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조정회의를 열었다. 조정회의에서 관할 구청인 강남구는 봉은사가 마련한 ‘봉은역사공원 조성계획 변경안’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도시공원위원회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고, 이후 심의 등 행정 절차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봉은사는 통일신라 시대인 794년 연회국사가 창건했다. 봉은사는 스님을 선발하는 승과고시를 실시하던 곳으로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유명 고승들도 봉은사에서 수학하는 등 유서 깊은 사찰로 알려져 있다. 1950년 6·25전쟁으로 대부분의 전각이 파괴됐지만 이후 재건됐다. 봉은사에 대한 각종 규제는 강남 개발 이후 본격화했다. 1971년 강남 개발 당시 구획정리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시설(도시공원)로 지정되면서 종교건물 신·증축이나 시민 휴식공간 건설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봉은사는 사실상 불법 건축물인 가건물을 지어 부족한 종교시설을 대체해 사용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봉은사를 비롯한 조계종은 템플스테이 등 종교 활동과 25만여명에 이르는 신도의 종교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며 공원에서 해제해줄 것을 서울시와 강남구에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봉은사는 지난해 5월부터 규제라는 굴레를 벗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했다. 공원 지정을 해제하거나 종교건물 신·증축을 허용해 달라며 권익위에 신도 등 2만8500명이 서명한 서명부를 전달하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같은 해 8월에는 “사찰 부지에 종교 시설물을 짓게 해 달라”며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패소했다.
민원을 접수한 권익위가 조정에 나서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는 시설을 역사공원 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서울시도 지난 3월 역사공원 안에 전통사찰의 종교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도시공원조례’를 개정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봉은사는 2009년 도시공원에서 역사공원으로 변경돼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조정회의에서 공개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봉은사는 입구에 있는 지상주차장을 공원화하고, 지하에 주차시설 등을 갖춰 예전 모습을 재현한 전통사찰로 복원할 계획이다. 템플스테이 체험관, 역사교육관 등도 조성된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문제를 관련 규정 개정과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기관 간 적극적인 협업으로 원만히 해결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강경민/정성택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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