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산 배분의 황금비율 어떻게 찾을까

입력 2013-08-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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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과학시간에 양팔저울 실험을 한 기억이 있다. 지우개가 연필의 몇 배 무게인지 측정하기 위해 한쪽에는 지우개를 올려놓고 다른 쪽에는 연필을 올린 다음 저울 눈금이 수평이 될 때까지 연필을 하나씩 더 놓았다. 그렇게 세 자루를 올렸더니 눈금이 수평이 됐다. 지우개 하나의 무게는 연필의 세 배라는 걸 알게 됐다.

주제를 바꿔 금융상품 투자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날마다 새로운 재료가 등장하고 수시로 가격이 변동하는 복잡한 금융시장에서 최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자산배분의 황금비율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투자 전문가들은 여러 정보나 지식을 동원해 경제와 금융시장을 예측한 뒤, 그 결과를 전제로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비율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게도 경제나 금융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하물며 일반투자자에게 황금비율 선택은 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대안으로 양팔저울의 원리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즉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해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는 자산배분 비율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투자하는 여러 자산의 위험이 특정 자산에 치우치지 않고 동일하도록 자산비율을 정하는 것이다. 리스크 패리티(Risk Parity) 모형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양팔저울 실험에서 눈금이 수평을 이루게 하는 지우개와 연필의 개수가 정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주식과 채권의 위험(변동성) 크기에 따라 두 자산 간 투자위험이 균형을 이루는 적정비율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식의 변동성(표준편차)이 채권의 10배라면 주식과 채권 간 위험을 일치시켜 주는 적정 투자비율은 ‘주식 100만원 : 채권 1000만원’이 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의 크기가 변하기 때문에 적정 비율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양팔저울의 눈금을 수평으로 맞추려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자산은 줄여주고, 변동성이 낮아지는 자산은 그만큼 투자 비중을 늘려주면 된다.

현재 상황에 이 양팔저울의 원리를 적용해 보자. 2007년 이후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대해 리스크 패리티 모형으로 계산한 적정배분 비율 평균은 ‘주식 12% : 채권 88%’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채권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주식 23% : 채권 77%’로 바뀌었다. 이 같은 적정 주식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채권은 가장 낮다. 투자위험을 감소시키려면 이전보다 주식 관련 상품의 비중을 늘리고, 채권 관련 상품은 낮춰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시점에서 국내 주식형펀드 또는 주가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을 투자대상으로 우선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승희 < 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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