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의 거침없는 질주…인제 스피디움서 느껴라

입력 2013-08-26 14:09  

[최진석 기자의 car&talk]



포르쉐와 람보르기니, 아우디 R8을 한자리에서 보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모터쇼일 것이다. 하지만 모터쇼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차가 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포르쉐나 람보르기니에 열광하는 건 서 있는 모습뿐만 아니라 이들의 거침없는 주행 성능과 배기음에 반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터쇼에 덩그러니 서 있는 람보르기니로는 차의 진짜 매력을 체감하기에 부족하다.

최선의 방법은 타보는 것이다. 직접 느껴보는 것만큼 강렬한 건 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좀처럼 타볼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포르쉐 911은 가격이 1억원이 훌쩍 넘고, 아우디 R8은 2억원 이상이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3억원을 웃돈다. 이런 고가의 차를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차선책은 이 차들이 서킷에서 맹렬히 달리는 걸 직접 보는 것이다. 차들 사이에 갇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500m마다 빨간불에 걸리는 강남대로에서 람보르기니, 포르쉐, 아우디 R8을 구경하는 것과는 단언컨대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들이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지난 3~4일 이틀간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포르쉐 카레라컵, 아우디 R8 LMS컵, 페라리 챌린지 등 3개 대회가 열렸다. 각 대회는 해당 브랜드를 대표하는 원메이크 레이스다. 포르쉐 911 카레라와 아우디 R8 등 경주를 위해 한껏 튜닝된 차들이 굉음을 내뿜으며 서킷을 질주하는 장면은 주변 풍광과 어울려 장관을 이뤘다.

여기에 메인 이벤트로 아시안 르망 시리즈가 열렸다. 이 대회는 프랑스의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인 르망24시 내구레이스의 아시아 예선 경기다. 총 3시간에 걸쳐 진행되며 가장 많은 랩을 소화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 이 대회에서 우승, 준우승한 팀에는 르망24시 내구레이스 출전권이 주어진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르망24시 내구레이스 대회를 보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215㎞ 떨어진 소도시 르망을 찾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경주의 아시안 시리즈를 강원도 인제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좋은 기회다.

그 다음주인 10~11일 이틀간 같은 장소에서 람보르기니 블랑팡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시리즈와 시로코R 컵이 열렸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폭스바겐의 시로코R이 서킷을 내달렸고 메인 이벤트로는 ‘투어링 카 시리즈 인 아시아’가 진행됐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은 람보르기 가야르도는 물론 BMW M3, 혼다 시빅 타입R 등 투어링카 20여대의 경주도 볼 수 있었다. 또 포뮬러원(F1) 머신과 같은 경주차들이 승부를 겨루는 포뮬러 마스터스 시리즈도 볼거리였다. 이 경주는 아시아 드라이버들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계획된 대회다.

이렇게 8월 두 주간 서울에서 130㎞ 떨어진 인제 스피디움에서는 평소에 구경도 하기 힘든 차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쉴 새 없이 서킷을 누비고 다녔다. 인제 스피디움 서킷의 길이는 4.2㎞다.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은 “고저차에 따른 다양한 코너로 구성돼 어렵고 다이내믹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와 화려한 대회 구성과 달리 경기장 메인 스탠드의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아직 모터스포츠의 매력을 모르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야구, 축구가 아닌 모터스포츠를 관람한다는 건 낯설지만 생각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이 대회들은 내년에도 한국에서 열린다. 꼭 이 대회가 아니어도 앞으로 이곳에서 수준 높은 다양한 경주가 더 많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필요한 건 관심과 주말 하루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내 이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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