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대입제도' 논란] 정권 바뀔때마다…사교육 의존도 심화

입력 2013-08-26 17:14   수정 2013-08-27 01:19

가구당 월 사교육비 1990년 1만7000원, 2010년 18만7000원



정부는 27일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과 함께 역사교육 강화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사를 대입에 반영하되 수능 필수로 지정할지 여부를 놓고 교육부 내부에서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당초 수능에 한국사를 넣는 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수능 한국사 필수과목화가 유력하게 검토돼 왔다.

교육부가 대입과 한국사를 연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 증가 우려 때문이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처럼 대입 제도에 굵직한 변화가 생길 때마다 불안해진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학원을 찾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은 혜택을 누려왔다.

수능 필수화를 반대하는 이들도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되면 국·영·수에 버금가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 초·중·고 사교육비 규모는 20조1266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영어는 6조7685억원, 수학은 5조9024억원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현재 한국사 시장은 1000억원 안팎이지만 수능 필수화가 된다면 국어 사교육시장(1조5657억원)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시 제도가 수없이 바뀌는 동안 사교육비 부담도 지속적으로 커졌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1990년 1만7652원이었던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0년 18만7396원으로 열 배 넘게 불어났다. 김양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은 “2000년 이후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소득층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권이 바뀌는 시기는 입시 업계에 ‘대목’으로 통한다.

수험생을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하는 것은 기존 법령을 무시한 갑작스런 제도 변화다. 작년 수시에 처음 도입된 ‘지원 6회 제한’이 각 대학 모집 요강에 반영된 것은 수시 입시 시작(8월15일)을 불과 서너 달 앞둔 4~5월께였다. 원칙적으로 입시 요강은 해당 입학연도 두 해 전 12월에 발표(2014학년도 입시요강은 2012년 12월)돼야 한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수험생들은 입시 제도 변화에 입시 컨설팅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왔다”며 “입시 업체가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우리 학원이 아니면 준비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학생들을 끌어모으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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