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줄이 쫓겨나는 임실 군수들…그곳만의 일인가

입력 2013-08-26 18:04   수정 2013-08-26 22:12

무려 7번의 재판 끝에 강완묵 임실군수에 대한 당선 무효형이 지난주 확정됐다. 임실군수의 실패 사례는 우리 기초단체의 선거 수준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수도권의 1개 동(洞)보다 적은 인구 3만명을 유지하는 것이 군정(郡政)의 숙원사업인 이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나.

농민운동가 출신인 강 군수는 2010년 선거 때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 두 차례 파기환송 재판까지 거쳤고 결국 벌금 200만원의 원심이 확정된 것이다. 재판에만 32개월이 소요됐다. 군수가 이렇게 사활을 건 재판을 받아왔다면 군 행정은 보나마나다. 임실에서는 단체장 직선제 이후 선출된 군수 4명이 예외없이 임기 도중에 쫓겨났다. 한결같이 돈 선거 때문이었다.

임실에만 존재하는 유별난 토착 비리구조라도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선거에 나서는 ‘지방 선량’들의 자세도 큰 문제겠지만 낡은 선거관행, 유권자들의 뒤처진 인식이 뒤얽힌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05~2010년 6년간 군수선거를 5차례나 한 청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청도의 2007년 재선거 때는 돈봉투를 받은 혐의로 주민도 1500명이나 조사받았다. 지자체의 불법선거와 시장·군수의 사법처리를 사례로 들자면 끝이 없다. 민선 지자체장 5명 중 1명이 임기를 못 채우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임실군수 선거에서는 ‘임기를 마치는 군수’란 공약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 공약을 걸었던 본인도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이러니 자기 아내와 자식이 사업자에게서 검은돈을 받아 조사를 받는 중에도 나는 상관없다며 버티는 단체장까지 있다고 할 정도다. 건달과 잡범들이 단체장 집무실을 아지트 삼아 들락거리는 현실에 공무원들은 한숨을 쉰다고 한다. 조 단위 예산을 조폭 시장이 쓴다고 생각하면 이러자고 지방자치를 했나 싶을 지경이다. 예산·인사·감사 등 지자체장의 권한을 모조리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들은 벌써 선심거리 찾기에 혈안이다. 프로 정치꾼들도 이 경쟁에 가세해 있다. 이게 한국 지방자치의 수준이다. 정치는 이렇게 중앙과 지방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타락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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