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운동가 출신인 강 군수는 2010년 선거 때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 두 차례 파기환송 재판까지 거쳤고 결국 벌금 200만원의 원심이 확정된 것이다. 재판에만 32개월이 소요됐다. 군수가 이렇게 사활을 건 재판을 받아왔다면 군 행정은 보나마나다. 임실에서는 단체장 직선제 이후 선출된 군수 4명이 예외없이 임기 도중에 쫓겨났다. 한결같이 돈 선거 때문이었다.
임실에만 존재하는 유별난 토착 비리구조라도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선거에 나서는 ‘지방 선량’들의 자세도 큰 문제겠지만 낡은 선거관행, 유권자들의 뒤처진 인식이 뒤얽힌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05~2010년 6년간 군수선거를 5차례나 한 청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청도의 2007년 재선거 때는 돈봉투를 받은 혐의로 주민도 1500명이나 조사받았다. 지자체의 불법선거와 시장·군수의 사법처리를 사례로 들자면 끝이 없다. 민선 지자체장 5명 중 1명이 임기를 못 채우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임실군수 선거에서는 ‘임기를 마치는 군수’란 공약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 공약을 걸었던 본인도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이러니 자기 아내와 자식이 사업자에게서 검은돈을 받아 조사를 받는 중에도 나는 상관없다며 버티는 단체장까지 있다고 할 정도다. 건달과 잡범들이 단체장 집무실을 아지트 삼아 들락거리는 현실에 공무원들은 한숨을 쉰다고 한다. 조 단위 예산을 조폭 시장이 쓴다고 생각하면 이러자고 지방자치를 했나 싶을 지경이다. 예산·인사·감사 등 지자체장의 권한을 모조리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들은 벌써 선심거리 찾기에 혈안이다. 프로 정치꾼들도 이 경쟁에 가세해 있다. 이게 한국 지방자치의 수준이다. 정치는 이렇게 중앙과 지방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타락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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