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운동선수·배우·외국인…다문화 그룹 엠파이어가 사는 법

입력 2013-08-27 12:21   수정 2013-08-27 13:23


[양자영 기자] 음악을 먹고 사는 실력파 아이돌 엠파이어(M.Pire)가 3년간 혹독한 준비과정을 거쳐 8월 싱글 앨범 ‘카르페디엠’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웬만한 신인 아니고서야 음악방송에 얼굴 한번 내밀기 힘들다지만 꾸준히 발품을 판 끝에 공중파 3사를 종횡무진 누볐고, 2주 만에 공식 팬카페 회원 1000명을 돌파했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해외 팬들도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각자 다양한 개성과 옆집 오빠처럼 친근한 이미지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태희)

최근 신사동 모처에서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엠파이어는 예상치 못한 팬들의 사랑 덕분인지 시종일과 입가에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 아직 연습생 티를 완전히 벗지 못했지만 팬들이 응원하러 와 줄 때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데뷔를 실감하는 엠파이어다.

◆ 떡잎부터 남다른 다섯 소년 데뷔기
천차만별 외모에서 느껴지듯 이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전혀 다른 가치관을 안고 살아왔다. 하지만 단 하나, 가수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꿈은 같았다. 어려서부터 막연히 연예인을 꿈꿨던 리더 태희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 연습생이 된 후 5~6년간 하나의 꿈을 향해 달렸다.

순정만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청순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인 하루는 본래 단역으로 활동하던 배우였으나 오랫동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외모가 아이돌같다’며 가수로의 전향을 권유하는 다수 감독의 말을 접한 후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학창시절 H.O.T, god 등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워온 메인보컬 티오는 고등학교 시절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지금의 회사에 몸담았다. 형제가 없는 외동이라 집안의 반대가 심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부모는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티오를 믿어줬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축구를 하던 유승은 경기 중 사고로 다리에 물이 차는 바람에 운동선수의 꿈을 포기했다. 이후 빅뱅 다큐를 접하고 가수의 꿈을 키운 그는 배우를 제안한 회사를 뿌리치고 나와 지금의 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연습생 시절만 해도 강행군에 몸이 상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지금은 보호대를 차지 않아도 된다.

막내 제리 역시 태권도 선수 생활을 하다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꿈을 접었다. 그때부터 방황이 시작됐고, 많이 혼났다. 상실감을 채워준 건 음악이었다.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원비를 벌고 4년간 연습생으로 지냈다. 지금은 부모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들이 더 좋아한단다.

“집안 환경이 이렇다보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에요. 제게 수입이 생긴다면 아버지한테 꼭 땅을 사 드리고 싶어요. 아버지가 항상 저 어릴 때부터 시골 한적한 데 가서 엄마랑 집 짓고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거든요.” (제리)

그런가 하면 네덜란드계 중국인 레드는 공부하러 한국에 왔다가 우연한 기회로 꿈에 그리던 한국 땅에서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 이국적이면서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가 눈길을 끈다. 실제로 현지에서 얼짱 출신 잡지모델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레드는 “연예인이나 가수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최고다. K팝도 세계적으로 유행이라 예전부터 관광이라도 꼭 와 보고싶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 날카로운 첫 데뷔의 추억
엠파이어는 지난 5월, 정식 음반을 발표하기도 전에 유명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림콘서트’ 루키스테이지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겉보기엔 실수 없는 무대였지만 2주 전에 연락을 받고 급히 준비한 무대라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됐고, 당초 데뷔 예정이었던 6월보다 두 달 미뤄진 8월까지 연습을 거듭해 완전한 모습으로 데뷔했다.

신곡은 힙합을 베이스로 한 ‘너랑 친구 못해’다. 자신을 장난감으로만 여기는 여자에게 전하는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멤버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군무와 퍼포먼스, 뱀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은 단연 압도적이지만 메인보컬이나 팀의 음악적 역량을 뽐낼 만한 부분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메인보컬 티오는 “데뷔 자체가 행복하다. 보컬라인은 지금 제 자리를 지키면서 앞으로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태희와 유승 역시 “아쉬울 수 있지만 신인이다 보니 콘셉트에 더 많이 신경을 썼다. 비트 강한 노래가 인상에 더 많이 남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또 있다. 강렬한 스모키 메이크업, 컬러렌즈, 다크한 분위기의 곡 등 그룹 빅스와 이미지가 일정 부분 겹치는 것.

이에 태희는 “곡 자체는 1년 전에 저희가 먼저 받은 걸로 안다”며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만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엠파이어라는 이름에 맞춰 초기 콘셉트를 잡았지만 향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 우리는 전진, 또 전진
데뷔 전 MBC ‘백년의 유산’으로 얼굴을 미리 알린 유승, 데뷔 전 드림콘서트 출연, 선배 JYJ 김준수의 ‘개념돌 극찬’으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신인 아이돌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너무 많은 아이돌이 쏟아져 나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이다.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과정을 거쳐 연습생으로 선발됐지만 데뷔 이후를 보장받는 것이 더욱 어렵다.

하지만 엠파이어는 느긋했다. 누구 하나 조급하게 나서는 멤버가 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저희가 할 일은 그냥 열심히 하는 것 뿐”이라며 “이제 막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 이 무대를 보여드리기 위해 그동안 그렇게 고생했다.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때다 싶어 자기자랑 멍석을 깔아줬더니 레드는 서투른 한국어로 “실력은 기본이지만 비주얼도 받쳐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타 신인 아이돌보다 높은 연령대를 지적했더니 기죽지 않고 “어린 친구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원숙미가 있다. 좀 더 남자답고 섹시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시종일관 신인답지 않은 능구렁이같은 말솜씨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주위를 놀라게 했던 엠파이어. 정글같은 가요계를 지배할 호랑이가 되는 그 날까지 브레이크 없는 전진은 계속될 예정이다.

“뱀파이어가 피를 먹으면 젊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잖아요. 저희도 오랫동안 신선한 음악, 신선한 모습만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게요. 그러다 보면 신인상, 남 얘기는 아니겠죠.”

한경닷컴 w스타뉴스 기사제보 news@w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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