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캐피탈·운용·생명 매각…대우證은 유보
선박금융公 설립 않고 조직·인력만 부산 이전
정부가 27일 발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의 핵심은 내년 7월1일부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재통합해 대형 정책금융기관을 출범시킨다는 것이다. 두 기관은 2009년 10월 분리된 지 약 5년 만에 외형상 원래대로 돌아가게 됐다. 정부는 정책금융공사가 설립 취지와 달리 산업은행과 여전히 비슷한 일을 하고 있고, 해외업무를 확대하면서 수출입은행과도 마찰을 야기해 왔다는 점을 통합의 이유로 거론했다. 또 근본적으로는 분리 당시와 달리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로 정책금융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정책금융 기능에 대한 심사숙고 없이 기관 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개편안이 졸속개정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책금융공사 노조는 정부가 정책금융의 시장마찰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자금수요자인 기업의 입장을 배제한 채 힘센 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통합 산은’이 국내 정책금융 총괄
정부는 산은·산은지주·정책공사가 합쳐지는 ‘통합 산은’으로 국내 정책금융기능을 단일화했다. 통합 산은은 △창업·벤처기업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기업구조조정 등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해 온 역할에 정책공사로부터 벤처투자, 온렌딩(민간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정부 자금을 빌려주는 간접대출제도) 등의 업무를 넘겨 받는다. 해외 프로젝트 지원 기능도 수출입은행과의 적극적인 협조를 전제로 계속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다이렉트 뱅킹’ 같은 소매금융 업무는 고객 불편을 야기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축소된다. 지점 신설이나 예금 유치도 바로 중단된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으로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산업은행 민영화는 중단되지만 정부는 통합산은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은 열어 뒀다. 정부가 ‘50%+1주 이상’을 갖는 지배주주의 지위를 유지하지만 일부 지분 매각이나 분산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업은행과 같은 모델로 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IPO를 이번 정부 내에 할 것이냐’는 질문에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현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자회사 매각대상에서 대우증권 빠져
정부는 대형 정책금융기관의 출범으로 민간영역과 마찰이 커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에 대해 자회사 매각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매각대상은 KDB캐피탈·KDB자산운용·KDB생명 등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핵심 자회사인 대우증권 매각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대우증권에 대해 ‘정책금융기능과의 연계성 등을 감안해 당분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모호한 입장이다. 정부가 소유한 우리투자증권의 입찰이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한 ‘연막’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고 사무처장은 “대내외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이 기업구조조정 등 시장안정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대우증권의 기능이 당분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기수출보험, 민간기업에 개방
한때 통합 가능성이 점쳐졌던 대외 정책금융 부문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로 이원화된 현 체제가 유지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들의 의견을 고려할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결과다. 중소기업들은 두 기관이 통합되면 수출 지원이 축소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금융위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1국 2수출신용기관(ECA)’ 체제를 가져가되 핵심 기능을 ‘개도국 수출지원’과 ‘중장기·대규모 해외건설 및 플랜트 지원’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책공사의 해외 업무(대출 및 투자 약 2조원)는 수은으로 이관하고, 해외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기관협의회’ 협의 대상도 ‘20억달러 이상 프로젝트’에서 ‘5억달러 이상 프로젝트’로 확대한다.
비핵심 업무는 대폭 축소된다. 정책금융기관 여신에 대한 무보의 신규 지원이 중단되고, 수은의 단기대출 비중은 작년 77%에서 2017년까지 40% 이하로 축소된다. 무보가 독점해온 단기수출보험 시장은 민간 보험사에 개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단기수출보험시장에서 무보가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까지 60% 이내로 끌어내리기로 했다.
○선박공사는 무산…관련 인력만 부산 이동
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통상마찰 소지가 커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궁여지책’으로 수은 무보 산은 등에 있는 선박금융 관련 조직과 인력을 부산으로 이전해 ‘해양금융 종합센터(가칭)’에서 지원을 담당하도록 했다.
해운보증기금 역시 통상마찰 가능성을 감안, 민간재원을 50% 이상 투입해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맡겨 내년 상반기까지 설립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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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 산은 구조조정 최소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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