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형 감독 "승현이 잡으려 그 집서 살다시피했죠"

입력 2013-08-27 17:20   수정 2013-08-27 22:19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 우승 일군 고려대 이민형 감독

'삼고초려' 인재 영입…최강 센터진 구축
학부모 간섭 무시하고 선수에게만 전념




지난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농구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전에서 고려대가 상무를 꺾고 우승을 확정짓자 이민형 고려대 감독은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지난 3년여(42개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위기의 팀에 와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최고의 팀으로 일궈냈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기대하지도 않았던 경기에서 우승까지 해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지난해 말 농구대잔치 우승, 올 3월 MBC 전국대학농구대회 우승에 이어 이번 최강전 우승까지 고려대는 농구계 최고의 핵으로 떠올랐다. 4년 전만 해도 사분오열하던 팀을 환골탈태시킨 이 감독을 27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만났다.

“우승 비결을 꼽으라면 학부모와의 관계를 끊고 선수들만 상대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코치들과 임무, 역할을 나누도록 한 것이죠.”

이 감독이 2010년 1월 신임 감독으로 왔을 때 팀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나뉘어 혼란을 겪고 있었다. 2009년 임정명 감독이 부임했을 때 그를 싫어하는 일부 선수와 학부모들이 반발했고 이충희 감독을 선임했을 때는 임 감독을 지지하는 선수와 학부모가 반발했다. 훈련이 될 턱이 없으니 성적은 바닥이었다. 학부모들이 농구부를 좌지우지하고 있었고 학생들의 정신력은 형편없었다.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부임 직후 선수들에게 ‘하나가 되자’고 강조했습니다. 혼란의 원인이 됐던 학부모와 모든 관계를 끊고 원칙에 따라 팀을 운영하겠다고 공언했죠. 이런 취지의 편지를 학부모에게도 보냈습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로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일부 학생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감독은 인재 영입을 위해 삼고초려했다.

“2010년 당시 고교 최강의 센터였던 이승현은 연세대로 진로를 결정한 상태였어요. 이승현이 연세대로 가면 앞으로 4년간 우리는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승현을 우리 학교로 데려오기 위해 이승현 집에서 살다시피했습니다. 훈련이 끝나면 그 집으로 찾아가 아버지와 같이 먹고 자고 했습니다. 최고의 선수로 키우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줬더니 감동받은 아버지가 고려대 입학을 결정하시더군요.”

2011년 이승현이 입학하자 팀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팀의 분위기는 에이스가 만들어가는데 승현이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이승현은 시키지 않아도 새벽에 일어나서 슈팅 연습을 했고,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되면 스스로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이 감독은 “팀의 에이스가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고교 최고 센터인 이종현이 이승현이라는 걸출한 선배 센터가 있는 고려대를 찾아와 최강의 트윈타워를 이뤘다.

부임 2년째인 2011년 고려대는 당시 최강 멤버를 갖추고 있던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기적 같은 역전극을 펼쳤다.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밀리기 시작하더니 1쿼터에 28-6, 22점 차로 벌어졌다. 이 감독은 “포기하지 말자. 할 수 있다. 한 점씩 따라붙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고려대는 3쿼터에 동점을 만들더니 4쿼터에 역전시켜 승리했다.

‘역할 분담의 리더십’도 고려대 변화의 키워드였다. 이 감독은 “감독 혼자서 전권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두 명의 코치와 상세하게 업무를 나눠 최대한 역할을 분담했다”며 “코치들에게 책임을 줘 동기부여를 하니 더 의욕적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선수들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도 코치들과 분담했다.

“체력적, 정신적, 기술적으로 선수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지적해주고 이를 보완하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코치들의 역할이 참 컸습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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