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매카시즘의 진실

입력 2013-08-27 18:04   수정 2013-08-28 17:26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946년 영국과 캐나다의 공산주의자들이 소련을 위해 간첩 할동을 한 사건이 터지자 미국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공산주의에 호의적이었던 트루먼 대통령도 더 두고볼 수 없게 됐다. 행정부와 의회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이 때 그 유명한 앨저 히스 사건이 드러났다. 국무부 차관보급으로 얄타회담 실무 책임자였던 거물이 국가 기밀을 소련에 넘겨준 과정이 낱낱이 드러나 수갑을 찼다. 중국이 공산화되고 6·25까지 터지자 미국인의 불안은 공포로 변했다.

전국적으로 일어난 반공운동의 선두주자는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였다. 청교도적 윤리와 자유방임주의 이론을 대변하던 그는 ‘국무부 안에 공산주의자들이 많고 그 명단도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1950년부터 4년간 간첩 혐의자들을 줄줄이 청문회에 불러들이고 기소했다. 대통령과 군부까지 건드리다 결국엔 역풍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공산주의자로 찍힌 오언 래티모어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그의 비난을 ‘매카시즘’이라고 맞받아쳤다. 래티모어는 한국을 소련에 넘겨주자고 했던 인물이다. 이후 매카시즘은 극단적인 용어로 굳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소련 해체 이후 기밀문서가 하나씩 공개되면서 매카시가 지목했던 고위관리들이 하나둘 진짜 간첩으로 확인됐다. 히스의 이름이 소련 정보기관 KGB 비밀문서에 없다고 주장하던 사람들도 다른 첩보기관 GRU 소속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자 입을 다물었다. 이런 과정은 휘태커 체임버스의 ‘증인’이라는 책에도 자세히 실려 있다. 한때 소련군 첩보원 노릇을 했던 체임버스는 “얄타회담에서 소련이 미국의 전략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봤던 것도 히스 등 간첩들의 정보제공 덕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그들에게 받은 문서를 소련에 전달한 것까지 공개했다.

헤인스와 클레르의 ‘부인(否認)’, 아서 허먼의 ‘조지프 매카시’ 등 매카시 재평가를 다룬 책이 줄을 이었고 많은 학자와 언론인, 평론가들도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잇달아 밝혔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검찰은 이를 모르는 모양이다. 전직 국정원장을 ‘신종 매카시즘’의 주동자로 몰아붙인 부장검사의 행태를 놓고 “종북·이적 세력을 뿌리뽑아야 할 검찰이 매카시즘 논란을 일으키다니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무지해도 너무 무지하다” 등의 비판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북한이 대규모 댓글공작팀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벌이는 마당에 뭐하는 짓이냐” “멀쩡한 사람 죄인 만들던 검찰의 적반하장 논법”이라고 꼬집었다. 오죽하면 “매카시를 공격하는 것 자체가 매카시즘”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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