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66루피 선 깨져…사우디 등 중동 증시도 폭락
지난주 잠시 반등했던 신흥국 통화가치가 다시 급락했다. 신흥국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증시도 장중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치는 모습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군사 개입 우려가 더해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터키 등 신흥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하락하며 대부분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 가치는 66.07루피까지 하락해 장중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달러당 1만900루피아까지 밀렸다. 필리핀 페소화는 31개월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44.6페소를 기록했다. 터키 외환시장에서도 리라화가 장중 달러당 2.03리라까지 떨어졌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인도와 인도네시아 통화 가치는 당국의 시장 개입과 각국 정부의 달러수요 감축정책 발표 등에 힘입어 반등세를 보였다. 달러당 64루피 선을 오가던 루피화 가치는 지난 23일 63.17루피까지 상승했고, 루피아화 가치도 달러당 1만800루피아 선을 뚫고 1만770루피아까지 올랐다.
하지만 26일부터 국면이 급변했다. 달러당 루피화가 64.29루피, 루피아화는 1만840루피아까지 가치가 하락한 데 이어 27일에도 밀리는 양상이 이어졌다. 리라화도 지난 22일 달러당 1.99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잠깐 주춤했으나 3거래일 만에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신흥국 증시도 크게 떨어졌다. 인도 센섹스지수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증시는 각각 3.18%와 3.71% 급락했다. 필리핀 PSEi지수는 장중 한때 4.4%까지 떨어지다 전날 대비 244.22포인트 (3.96%) 하락한 5916.99로 장을 마감했다.
인도·터키·필리핀 통화 '사상 최저' 추락
이스탄불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BIST100도 이날 장중 3% 이상 급락했다. 중
동 증시도 폭락했다. 아랍에미리트(UAE) DFM지수는 7.0% 하락,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TASI지수도 4.12% 떨어졌다.
미국의 시리아 사태 개입 움직임 등에 신흥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 축소가 다가오면서 지난 몇 주간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며 “여기에다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된 게 시장에 영향을 줬다”고 해석했다.
인도 증시는 하원에서 저소득층 대상의 식품 보조금 지급안을 통과시킨 게 하락의 촉매제가 됐다. 이미 적자가 심각한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안겨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도 경제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정부 개입에도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환 및 증권시장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움직임에 따라 신흥시장이 고통받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WSJ는 “해외자본에 의존하는 신흥시장은 미국 시장보다 더 격렬하게 미국의 거시경제학적 정책 조정에 반응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단시일 내에 ‘탈동조화(디커플링)’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공격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 “미군이 이르면 이번주 목요일인 29일에 시리아에 대한 첫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것”이라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첫 사흘간은 제한적인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루나이를 방문 중인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백악관에서 명령을 내리면 즉각 (시리아에) 군사공격을 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시리아 정부군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강영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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