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군사개입 임박에 국제금융시장 요동…유가·금↑증시↓

입력 2013-08-28 07:57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군사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금값과 미국 국채, 원유 가격 등 안전자산은 치솟았고 국제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신흥국 통화가치도 연일 떨어졌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금융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시리아 공습 우려가 시장을 강타했다"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을 전했다.

미국은 이르면 오는 29일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습부터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NBC 방송은 미국 고위 관료 등을 인용해 빠르면 미군이 29일 시리아에 대한 첫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브루나이를 방문 중인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면 즉각 군사공격을 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미국의 시리아 군사개입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시리아 정부는 이러한 서방의 군사개입 가능성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할 것이며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맞서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 영향으로 뉴욕증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이어 시리아 위기까지 겹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 지수는 1.14%,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59%, 나스닥 지수는 2.16%의 깊은 낙폭을 각각 보였다.

다우 지수는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VIX) 지수는 12% 이상 상승했다.

유럽증시 역시 시리아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동반 급락세를 나타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각각 2.28%와 2.42% 급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79% 내렸다.

아시아 증시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1% 내렸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0.69%, 대만 가권지수는 0.94% 각각 하락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34% 상승했고 홍콩항셍지수는 0.59% 내렸다.

중동의 증시는 폭락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증시의 DFM지수는 전날보다 7.0% 떨어져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아랍권 최대 규모인 사우디아라비아 증시의 TASI지수도 전날보다 4.12% 떨어졌고 UAE 아부다비 증시의 ADX지수는 2.83% 하락했다.

반면 금과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은 위기감이 반영돼 상승했다. 뉴욕시장에서 12월물 금은 전날보다 27.10 달러(2%) 오른 온스당 1,420.20 달러에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14일 이후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런던 현물시장에서도 금시세는 위기감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의 영향으로 온스당 1,419.25 달러를 기록하며 3% 급등했다. 은과 구리의 가격도 상승했다.

미국 국채의 경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수익률(금리)이 하락했다. 미국의 5년 만기, 10년 만기,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6∼0.07%포인트의 하락세를 보였다.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공습 우려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도가 다시 커지자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09 달러(2.9%) 오른 배럴당 109.01 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잇따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인도의 루피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66.07 루피로 하락해 사상 최저치로 내려갔고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가치는 달러당 3.3270 링깃으로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필리핀 페소화 가치도 달러당 44.50 페소로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태국 바트화 가치는 달러당 32.14 바트로 전날보다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시리아 사태에 대한 위기감까지 증폭돼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추락했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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