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는 남북 분단을 상징한다. 정전 60주년이나 됐지만 분단의 아픔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곳이다. 여전히 남북 무장 군인들이 서로를 응시하며 총구를 겨누고 있고, 참혹한 전쟁의 흔적들이 지뢰처럼 박혀 있다.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역설적 상황 속에서 ‘참된 비무장’의 의미를 고찰하기 위한 이색 미술 전시회가 서울 도심에 마련됐다. 내달 22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펼쳐지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프롬 더 노스(REAL DMZ PROJECT-From the North)’다.
분단 상황에서 우리에게 보여지는 북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에서는 한국 작가 백승우 노순택 박찬경 윤수연 함양아를 비롯해 인도 아트그룹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 마그누스 배르토스(스웨덴), 치엔치 창(대만), 아민 린케(독일), 히로시 미나미시마(일본) 등 7개국 작가 10명의 사진·영상·설치 작품 15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들이 북한을 직접 방문해 찍은 사진 작품이 대거 걸렸다. 사진작가 백승우 씨는 북한 당국의 검열에 의해 잘려나가고 남은 사진을 확대해 인화한 작업 ‘블로 업’과 ‘유토피아’ 시리즈를 내놓았다. 벽에 나란히 걸린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김일성 배지를 달고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남자 등 사진에서 처연한 북한의 모습이 느껴진다.
올해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후보에 오른 노순택 씨는 한반도 분단을 화두로 작업한 대표작 ‘붉은 틀’을 내걸었다. 북한 젊은 여성들의 집단 무용극 ‘아리랑’을 카메라 렌즈에 포착한 작품이다.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북한 여성들의 몸동작에서 북한의 ‘감춤과 드러냄의 이중주’를 살짝 건드린다.
남과 북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담은 영상작업도 관람객을 반긴다. 치엔치 창은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거쳐 안전한 지역에 도착하기까지 탈북인의 험난한 여정을 다룬 작품을 내놓았다. 한국에 완전히 동화된 탈북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윤수연 씨의 작업, 영화배우 최은희의 모습을 담은 배르토스의 작품 역시 남과 북한의 경계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02)733-894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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