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정책감사를 둘러싼 ‘월권’과 ‘직권 남용’ 논란의 배경에는 애매모호한 감사원법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법은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것을 임무 중 하나로 규정하면서 그 내용을 직무감찰규칙에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무원의 위법·부당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대인감찰’과 함께 법령상 제도상 또는 행정상의 모순이나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시정, 개선하기 위한 ‘행정사무감찰’도 포함하고 있다. 정부 부처가 추진한 각종 정책 결정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법적 근거인 셈이다. 문제는 감사의 범위다. 직무감찰규칙은 국가기밀, 국가의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 고도의 통치 행위와 함께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은 감사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정책 결정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사실이나 자료 및 정보 등의 오류는 감찰 대상으로 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의 경우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사업 진행 과정에서 횡령·담합 등 비리는 없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감사 범위에 속하지만 4대강 사업의 목적과 타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결정된 국책사업을 감사원이 감사한다는 건 난센스”라며 “더구나 윗선의 결정에 따라 사업을 수행한 공무원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중요 정책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국책사업이 제대로 진행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감사원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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