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사건' 피해자 엄마 "고종석보다 더한건 바로 언론사"

입력 2013-08-30 10:22   수정 2013-08-30 18:31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시민모임 '발자국'과 주최한 '아동성폭력 2차피해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가 지난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서 열렸다.
 
이 토론회에는 배승민 인천해바라기센터 소장,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홍종희 법무부 여성아동정책팀장 등이 토론자로 나서 수사·재판의 문제를 점검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가장 관심을 끈 발제자는 '나주 PC방 엄마'로 알려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실제 가족이었다.
 
최근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하고 광주고법으로 환송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고종석 사건.
 
정확히 1년이 흐른 지금, 피해 아동의 엄마는 어렵게 마이크 앞에 서서 어떻게 자신이 게임 중독자로 알려졌는지, 고종석과의 실제 관계는 어떤지 등에 대해서 해명했다.
 
"계속 진실을 얘기했는데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실제 아이를 이불째 납치해간 사건당시 제가 PC방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난 게임을 즐기는 중독자가 아닙니다. 집에 PC가 없어 아이들과 숙제 등을 하고 게임도 하기 위해 PC방에 드나들었지만 이게 잘못인가요? 제가 살던 동네에는 PC방이 단 한 곳밖에 없어요. 사건 당일 같은 PC방에 고종석과 있었다고 해서 그와 제가 친분이 있는건 아니잖아요. 고종석과는 제가 7년전 분식집을 할때 2~3번 떡볶이를 판 인연이 다였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언론으로 인해 입은 피해는 이처럼 사실확인되지 않은 무차별적 사생활폭로와 피해자엄마에 대한 인신공격성 기사 뿐이 아니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후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어요. 웬일로 전기세가 30만원이 나왔다는거에요. 저희 가족은 아이가 사고를 당한 후 한달반 동안 집에 있지도 않았는데 어쩐 일인가 싶었죠. 알고보니 저희 집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들이 저희 집에 들어와 전기를 마구 사용한 거였어요. 내가 만약 가난하지 않고 잘사는 사람이었어도 언론이 이렇게 함부로 대했을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취재진은 당시 6학년이었던 큰 아이 학교로 찾아가서 '엄마는 PC방에 있었니? 그 시간에 아빠는 뭘 했니?' 등 질문을 던지고 괴롭혔죠. 심지어 위성사진으로 저희 집 위치를 낱낱히 온 세상에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죠. 남편은 언론은 하이에나다. 고종석보다 더 나쁜 건 언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은 근거없는 보도와 억측으로 가득한 기사 댓글등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아이가 최초 발견된후 부모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한 언론이 아이에게 상처 부위까지 옷을 올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갔어요. 그 사진은 '그것이 알고싶다' 등 여러 매체에 공개됐으며 아직도 중국 사이트를 비롯 여러 사이트에서 사진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아직 사과나 입장표명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제 아이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가만 놔두지 않으면 사춘기 겪으며 더이상 발전하지 못할 거에요."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고종석 사건을 접하고 '언론도 가해자다-나주현장'이라는 토론회를 지난해 9월 5일 개최했다. 왜 나주 피해자는 이렇게 언론에 많이 노출이 되는걸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당시 정치가 긴박하게 돌아가다 약간 한가한 시기였다. 마침 사건이 터지자 취재진 100여명이 나주를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한 기자는 나에게 '기자들이 현장에 갔을때 찍지말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이 가정은 막 집에 들어가 찍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주거침입에 대해 모르는 것 아니지만 허름한 집을 보고 '아무렇게나 해도 탈이 없겠구나' '우리가 이렇게 한다고 해도 문제제기 할 상황이 아니구나'라고 판단했다는 것.
 
윤여진 사무처장은 이어 "언론 내부에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피해자에게는 한명도 가서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언론을 통해 가해자보다 못한 피해자로 낙인찍히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윤 사무처장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얕본 언론을 소송하기로 가족과 결정했다. 어느정도 정상생활로 돌아간 다음 이를 소송을 진행하려면 상처를 다시 들춰야 하고 언론보도를 확인해 시시비비 확인해야했지만 결국 소송을 결정하고 7월 2일 소장을 접수시켰다.
 
소송대상은 모든 언론사였지만 결국 아이 상처부위를 공개한 SBS에는 1억원을, 아이 일기장을 보도한 경향신문에는 7천5백만원을, 엄마와 범인의 관계를 왜곡 보도한 조선일보에는 1억3천5백만원을 청구했다. 아울러 피해 아동의 상처를 최초로 찍은 채널A에는 8천5백만원을, 연합뉴스에는 9천5백만원을 청구했다.

윤여진 사무처장은 "사실 평범한 시민이 언론보도 피해로 살수 없을 지경이 돼도 이정도 판결은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청구 금액은 상징적인 의미이며 청구한 이유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론도 자신들의 보도에 따라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하며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할줄 알아야 한다고"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한 친족 성폭력 사건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사건발생 후 원스톱지원센터는 아이가 진술을 힘들어하고 거부하는데도 끝까지 진술녹화를 강행했고, 법률조력인은 사건의 구체적인 피해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해 사건 초기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지난해 여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창설된 '시민모임 발자국'의 전수진 대표는 "피해 아이 가족들을 만나보면 '우리 아이와 가족을 가해자처럼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면서 "아동 성폭력 사건의 모든 수사와 재판은 피해자 중심주의, 아동인권 보호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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