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KT, 포스코, KB국민은행 같은 경우다. 공기업이 아니지만 정부가 은밀히 인사에 개입해왔던 기업들이다. 민영화된 지가 언제인가 싶지마는 지금도 변한 것이 없다. 그래서 온통 은밀한 로비가 움직이고 투서가 난무하고 음해와 꼴사나운 “나요 나!”가 춤을 춘다. 공신들은 공을 다투고 지연 학연의 비선을 타고 권력자의 책상에는 이력서가 쌓여간다. 지금 낙하산에 반발하고 있다는 CEO 본인들도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기는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이런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애당초 민영화 자체가 잘못된 탓이다. 주식을 팔았으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런데 주식은 팔고 경영권은 계속 행사해왔다. 그 결과 인사와 경영권이 허공에 뜨고 말았다. 그래서 KT도 그렇고 포스코도 인사철이 되거나 정권이 바뀌면 꼭 사단이 터지고서야 인사 문제가 풀렸다. 못 물러나겠다는 저항이 길어지면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고 그제서야 마지못해 자리를 비워주는 관행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권력 주변의 명망가들을 다급히 사외이사로 들이거나 아예 저명한 좌익인사들을 방패막이로 이사진에 포진시키는 저급한 수단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 덕에 비전문가 박원순도 안철수도 포스코 사외이사를 하지 않았나.
주인이 없다면 최종적으로 공익의 대변자인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최소한 법적 장치는 갖추는 것이 좋다. 지금이라도 경영권을 행사할만한 수준까지 해당 기업의 주식을 확보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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