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과소비 세금으로 잡는다…막내리는 '값싼 전기 시대'

입력 2013-09-02 17:13   수정 2013-09-03 02:56

에너지 세제 개편 - 정부, 에너지 세제 대폭 손질하기로

전기연료인 유연탄·원자력에 과세
국민 부담 감안해 유류세는 내려
소비자 반발이 변수… 형평성 논란도




정부가 전기 과소비를 막기 위해 에너지 세제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현재 세금이 붙지 않는 유연탄과 원자력에 과세하는 대신 휘발유 경유 등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붙는 유류세를 내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고조되고 있는 전력대란 우려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값싼 전기를 흥청망청 쓸 수 있는 가격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다만 세수 전체 규모에는 변동이 없도록 양쪽의 등락폭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세금 올려 전기요금 인상

2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세재정연구원은 청와대의 의뢰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너지 세제 개편 기본계획 수립 방안’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이르면 이달 말쯤 에너지 세제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세연의 보고서 초안에는 화력 발전 연료인 유연탄과 원자력에 과세하는 방안이 담겼다. 유연탄은 원자력을 제외한 화력발전의 69%를 차지하지만 그동안 서민 연료라는 이유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LNG에 환경오염 비용 차원에서 이미 ㎏당 65원의 세금이 붙는만큼 유연탄에 대한 비과세를 유지할 이유가 없고 원자력은 원전 사고에 대비해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조세연의 설명이다.

조세연은 이에 따라 유연탄에 ㎏당 21~39원, 원자력에 ㎾h당 8~14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당 129원인 유연탄 가격은 ㎏당 150~168원으로 16~30%, 원자력 발전단가는 ㎾h당 39원에서 47~63원으로 20~36%가량 오르게 된다. 세수 측면에선 유연탄에 대한 과세로 최소 2조5000억원, 원자력 과세로 최소 1조2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만큼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조세연은 대신 세금 인상분만큼 유류세 인하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등유 중유 LNG 등 전력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산업용·난방용 유류에 대해선 기본세율을 30% 인하하고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연료는 기본세율보다 높게 적용되는 탄력세율을 없애 기본세율 수준으로 세금을 낮출 것을 권고했다. 예컨대 등유에는 현재 L당 개별소비세 90원, 교육세 13원50전(개별소비세의 15%) 등 103원50전의 유류세가 붙는데 조세연 방안대로라면 유류세가 72원45전으로 낮아진다. 또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 유류세는 총 744원89전에서 669원75전으로 10%가량 인하된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홍성훈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국민의 세 부담이 변하지 않도록 조세 중립적인 세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전력 과소비 억제가 목적

정부가 이 같은 에너지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값싼 전기요금’이 전력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물 1t을 1도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을 에너지원별로 보면 등유가 185원인 데 비해 주택용 전기는 154원, 산업용 전기 112원, 심야전기는 70원에 불과하다. 기업이나 가정의 석유 수요가 대거 전력 수요로 교체된 이유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치 ‘햇반’ 가격이 쌀보다 싼 기이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된 것은 석유 제품 가격은 시장논리에 따라 가격이 꾸준히 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정부 규제로 가격이 원가보다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2011년간 에너지 가격 추이를 보면 등유가 139% 오르는 동안 정부 규제를 받는 도시가스는 61%, 전력은 21% 인상에 그쳤다. 그 결과 이 기간 전력 소비는 63%, 도시가스는 36% 늘어난 반면 등유 소비는 57% 급감했다. 전기요금이 석유 제품 가격보다 낮게 책정돼 에너지 수요가 전기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 체계를 개선해 시장 기능을 회복해야 전기 중심의 왜곡된 소비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 세제 개편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반대를 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유연탄 등에 대한 과세로 세금이 늘어난 만큼 유류세를 깎아주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의 피해 계층과 유류세 인하의 수혜 계층이 다를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유류세 인하가 바람직한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름을 거의 전량 수입하는 나라에서 유류 소비를 늘리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2008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면서 유류세 인하 요구가 빗발쳤을 때도 이런 이유로 끝내 유류세를 내리지 않았다.

주용석/조미현/김우섭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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