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통령의 '속도조절' 불구 과잉입법 우려

입력 2013-09-02 17:32   수정 2013-09-03 03:33

경제5단체장, 국회·정부에 완급조절 건의

통상임금·상법개정안 등 부담 '핵폭탄급'
윤상직 장관 "투자·고용 차질없게 해결"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재계에서는 ‘연쇄 핵폭탄’이라는 말이 한동안 돌았다.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한 4월·6월 국회가 ‘소형 폭탄’급 파장을 기업에 줬다면 9월에는 이보다 몇십·몇백배 큰 충격을 안겨줄 현안이 즐비하다는 우려에서다.

2일 경제 5단체 회장단이 내놓은 건의문은 9월 국회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이런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 건의문 곳곳에는 ‘경영 차질’ ‘대대적 경영난’ ‘인건비 부담 급증’ 등의 문구가 가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에서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법에 대한 속도 조절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정부 정책과 국회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며 “이번 건의는 이런 우려를 해소해 달라는 재계의 간곡한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 “신중하게 추진해 달라”

재계가 건의한 기업 관련 규제·입법 현안은 14가지다. 하나같이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다. 첫 번째 건의 내용인 통상임금 문제(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대표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는 5일 공개변론을 열어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 만약 전원합의체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들어간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38조원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와 전국 71개 상의 회장단은 3일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담은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문제와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와 차별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보호법 개정안’도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경제 5단체 회장단은 이에 대해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어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이미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화평법(화학물질 등록·관리법)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도 개선해줄 것을 촉구했다. 두 법안이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내용을 담으면서 기업 경영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규제 법안 처리도 속도를 조절해 달라고 건의했다. 재계는 집행임원제 등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과 순환출자 규제 법안,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를 대주주에서 친인척으로 확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등이 9월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 투자 위축과 경영 자율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창조경제에 37조원 투자

재계는 규제·입법 완급 조절과 함께 창조경제 투자 계획도 이날 동시에 내놨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등 10대 그룹이 올 들어 창조경제에 투자했거나 투자할 예정인 금액은 약 37조원으로 집계됐다. 10대 그룹의 올해 총 투자 규모가 104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35%에 달하는 금액을 창조경제 관련 부문에 투입한다는 얘기다. 분야별로는 의료용 로봇, 스마트 십(Smart ship) 등 신산업 창출 투자가 약 35조3000억원, 벤처파트너스·미래창조펀드 등 벤처투자가 약 1조6000억원 등이다. 창조경제와 관련한 인재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항공기 △해양 플랜트 등 4개 부문에 걸쳐 1만5199명(국내 1만4180명, 해외 1019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와 입법을 완화해주면 기업들은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경제 5단체 회장단이 앞으로도 신성장동력 등 창조경제를 위해 노력을 다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태명/김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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